詩 인용하며 “고단한 국민 이롭게”… “가장 오래된 사건 해결에 집중”
양심적 병역 거부 우선 결론 낼듯
이진성 헌법재판소장(61·사법연수원 10기)은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균형과 국민 신뢰를 강조했다.
이 소장은 A4 용지 8장 분량의 취임사에서 “헌재 결정은 대립하는 헌법적 가치를 조정하는 것이다. 한 영역에서 균형 있는 선택을 했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그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가장 오래된 사건을 비롯한 주요 사건의 균형 잡힌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소장이 언급한 가장 오래된 사건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군 입대와 집총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이다. 조만간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의 결론을 낼 뜻을 내비친 것이다.
주요 사건에서 기존 결정과 배치되는 진보적 의견을 낼 뜻이 있음도 내비쳤다.
이 소장은 “빛나는 선례들이 지금의 헌법재판소를 만들었지만 선례를 존중하면서도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낙태 여성과 의사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위헌인지 심리 중이다. 청와대는 최근 낙태죄 폐지 청원 참가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서자 임신 중절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소장은 취임사를 마치며 일제강점기 거지 소녀와 맹인 아버지의 삶을 주제로 한 김종삼 시인의 시 ‘장편(掌篇) 2’를 인용했다. 그는 “헌재의 주인은 고단한 삶이지만 의연하게 살아가시는 우리 국민”이라며 “우리는 헌재의 관리자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는 이 기관을 맡겨주신 국민을 이롭게 해드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의 임기는 내년 9월 1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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