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필리핀 도주 60여명 전세기로 ‘원샷 송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9일 03시 00분


경찰, 필리핀 치안 당국과 공조
살인-사기범 등 인도절차 밟기로
이르면 연내 ‘한국판 콘에어’ 추진

경찰이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 국적의 범죄자 60여 명을 한꺼번에 수송기에 태워 국내로 송환하는 ‘한국판 콘 에어(Con Air·Convict Airlin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자들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필리핀으로부터 인도 절차를 밟아 비행기에 태워 데려올 방침이다. 이르면 올해 말 추진하며 예상 규모는 60명 내외이다. 한 관계자는 “피의자 1명당 최소 2명의 송환 지원 인력이 필요해 사실상 범죄자 전세기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앞서 로널드 델라 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최근 방한해 이철성 경찰청장과 중요 도피사범 검거 소환에 협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판 콘 에어’ 프로젝트는 경찰이 필리핀 치안당국과 거둔 국제 공조 수사의 결실이라는 평이다. ‘콘 에어’는 1997년 제작된 동명 영화 속에서 미국 주요 형무소에 격리 수용된 흉악범들을 한곳에 별도로 수용하기 위해 이송시키는 ‘죄수 수송기’를 말한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범죄인 인도 절차 탓에 해외 도피 사범들이 2, 3명씩 송환되는 경우는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이송하는 계획은 이례적이다.

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은 도피사범의 소재 파악이 쉽지 않아 한국인 범죄자들의 ‘황제 도피처’로 악명이 높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인 범죄자는 올해 초 기준 600명을 넘는다. 필리핀에서 붙잡힌 한국인 도피 사범도 2014년 33명, 2015년 47명에서 지난해 84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들이 저지른 현지 범죄도 급증해 필리핀 경찰청은 2010년 10월부터 ‘코리안 데스크’를 두고 있으며 현재 6명의 한국 경찰이 마닐라 앙헬레스 세부 등 주요 거점에 파견돼 있다.

살인, 성폭행과 같은 강력범죄부터 사기까지 혐의도 다양하다. 2010년 고시원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이 도피 7년 만에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필리핀 경찰에 검거돼 올해 5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다만 필리핀 내에서 범죄 분류 및 신병 확보 단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이들도 있어 최종 송환 규모는 다소 유동적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국판 콘 에어#필리핀#죄수 수송기#한국인 범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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