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3시 17분 북한이 도발을 중단한 지 75일 만에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하자 청와대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발사 2분 뒤인 오전 3시 19분 청와대 경내에서 대기 중이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다. 5분 뒤 2차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6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55분간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대응태세를 점검했다. 1시간 반 뒤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분간 정상 통화를 가졌다.
청와대가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긴밀한 대응에 나선 것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어느 정도 예고되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북핵 사태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나타난 위기감도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비공개 발언을 통해 “대륙 간을 넘나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완성된다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여 우리를 핵으로 위협하거나 미국이 선제타격을 염두에 두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한중일 순방에서 대북 군사옵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북한의 도발이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어설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내비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경고이자 미국에 ‘전쟁 불가’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사거리로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하면 미국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도발을 자제하라는 대북 메시지라는 얘기다. 청와대는 북한의 주장대로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했더라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수소탄 등 핵탄두 소형화 등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을 향한 경고의 의미가 강하다. 미국 동부로 갈 수 있는 사거리를 과시한 만큼 실제 (선제타격)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이날 북한 도발에 대해 정부 성명을 발표하며 ‘대화’라는 표현을 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전까지 나온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6차례의 성명에는 북한에 대한 규탄과 함께 대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는 “북한은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한 차례 대화를 언급했다.
동시에 미국의 군사행동을 막아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문 대통령이 수차례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은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해온 만큼 미국에 대해 재차 선제타격 불가론을 강조했다는 것.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트럼프가 실질적인 군사옵션에 들어가느냐가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미국의 선제타격을 막아야 한다는 식의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진정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대응태세, 선제적 대응 등 결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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