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진전에 미국과 국제사회는 집단적 무력사용 방법을 논의하고 나섰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28일(현지 시간) 제기한 해상 보안 강화는 북한을 오고 가는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해 핵과 미사일 무기 개발 자금줄과 거래처를 차단하는, 군사 옵션 이전 단계의 조치다.
또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이후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하는 한국전쟁 파병 16개국 회의를 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와 함께 전방위 대북 압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의회지도자와의 회의에 앞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함께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우리가 처리하겠다(handle)고만 얘기하겠다”며 “매티스 장군(국방장관)과 이 문제에 대해 오래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ICBM급 미사일 화성-14형을 두 번째로 발사한 7월 말에도 “우리는 북한을 처리(handle)할 것이다. 우리는 모든 걸 처리한다”며 유사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로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접근하고 있지만 달라진 건 없다(nothing changed). 우리는 매우 심각하게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해상 보안 강화 카드를 들고나온 틸러슨 장관은 “모든 국가가 강력한 경제 및 외교적 조치를 지속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기존의 평화적인 제재 강화는 그대로 해나가되 무력 사용 방안을 추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미국은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5호 초안에 물리력 사용 등이 포함된 해상차단을 요구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최종안엔 ‘물리력 사용’이 빠지고 국제법 위반이 의심되는 북한 선박 검색 제재만 포함됐다.
미국은 1991년부터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2003년까지 유엔의 이라크 제재를 이행하기 위해 해상차단 작전을 벌여 3000척을 검색했다. 조지 케이픈 전 미 해군 중령은 미국이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75호에서 추진했던 해상 차단과 관련해 “이라크를 대상으로 한 해상 차단과 유사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을 상대로 한 해상 차단의 경우 북한의 해안선과 수로가 이라크보다 길고 복잡한 데다 중국 러시아의 반발과 북한과의 무력 충돌 등이 예상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이달 해상을 통한 교역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 선박 20척을 사상 처음 제재 대상에 올려놨다.
6·25전쟁에 나갔던 유엔군사령부(UNC) 파병국 등이 참여하는 군사 회의가 이 작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한국전 참전국 회의)는 전에 고려됐던 옵션인데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이를 실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의 도발 이후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과 통화하고 이를 추진했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6·25전쟁 참전 16개국 중 하나다. 이 회의 개최 일시와 장소, 의제 역시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나워트 대변인은 “다음 단계에 어떤 (대북) 조치를 할 수 있을지 보기 위해 이 국가들의 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며 “이것은 아주 신선하고 전혀 새로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외교적 옵션이 현재 유효하며 열려 있다”며 “미국은 비핵화와 북한의 호전적 행위를 종식하기 위한 평화적 해법 찾기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한미일의 요청으로 29일 오후 4시 반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화성-15형 발사에 대한 대응을 논의한다.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이나 언론 성명 채택과 추가 대북 제재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국 간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려 당일 북한 규탄 성명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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