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당 대화’ 개막 하루前 찬물… 특사 홀대 이어 다시 뒤통수 맞아
중조우의교 완전 폐쇄 방식으로… 北-中 교역 대폭 축소 나설수도
최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쑹타오(宋濤) 특사 면담을 거부당해 체면을 구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다시 뺨을 맞은 격이 됐다. 북한은 시 주석이 30일부터 개최해 집권 2기 시작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던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추가 대북제재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이미 쑹 특사의 빈손 귀국 이후 시 주석이 어떤 대북 압박에 나설지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우선 중국의 자체 제재가 강화될지 주목된다. 단둥에서는 다음 달 11일 보수공사를 이유로 열흘 일정으로 예정된 단둥∼신의주 중조우의교 폐쇄를 주목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보수공사 이후에 중조우의교를 완전히 폐쇄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조우의교는 북-중 변경 무역량의 70%를 차지한다. 북-중 무역을 대폭 제한한다는 뜻이어서 일각에서는 만약 현실화될 경우 원유 공급 중단 조치보다 더 파장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둥에서는 중국 당국이 일반 노동자나 식당 종업원에 앞서 다음 달 북한 무역상들부터 중국에서 퇴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이를 실제로 검토하거나 결정했는지는 불확실하다. 대북 소식통은 “중국이 쑹 특사 면담을 거부당한 뒤 여러 대북제재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떤 형식으로든 북-중 무역을 줄이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세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이후 안보리 차원에서 대북제재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시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논의되면 중국이 이번에도 완강히 반대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안보리가 원유 공급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석유 정제 제품에 대해 상한선을 설정해 북한 연간 수입량의 55%가 줄어들도록 한 바 있다. 이번에는 석유 정제 제품 상한선을 더 낮추거나 원유에 대해서도 상한선을 설정해 단계적으로 원유 공급을 축소하는 카드로 미중 간에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량은 매년 53만∼58만 t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번에도 무력 사용을 허용한 해상 차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을 명시한 제재, 고려항공에 대한 자산 동결 등의 제재 등도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안보리에서 북한 노동자의 고용 전면 금지 관련 논의도 다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해외 북한 식당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단둥의 평양고려관이 영업난과 비자 연장 금지로 문을 닫아 100여 명의 종업원이 북한으로 돌아가는 등 중국 내 북한 식당들이 문을 닫고 있다. 다음 달 10일부터 전면 시행되는 북한산 직물 섬유 수입 금지 조치, 내년 1월 9일부터 적용되는 중국 내 북-중 합작 기업 퇴출을 중국이 얼마나 엄격히 적용할지도 주목된다.
물론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긴장 고조 자제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미사일 발사는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강화된 제재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의 시 주석 특사 면담 거부로 시 주석이 집권 2기에 내세운 신형국제관계에 크게 흠집이 났다. 김정은의 거부는 패착”이라며 “중국은 안보리 제재 이외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북한을 조여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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