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비용으로 어린이집 확보” “서울 등엔 빈교실 별로 없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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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 쟁점 법안 뜯어보기]<2>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의 이용률을 각각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을 새로 지을 안전하고 접근성 좋은 터를 매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도시에선 빈 땅을 찾기 힘든 데다 인근 민간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12.1%, 국공립유치원 이용률은 24.2%다. 이는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공립어린이집·유치원 이용률(12.0%, 22.1%)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까지 각각 27.9%포인트, 15.8%포인트를 끌어올려야 하는 정부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초등학교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유다.

○ ‘최선책’ 복지부 vs ‘학습권 침해’ 교육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올해 1월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19대 국회 때도 제출됐다가 폐기됐다. 교육부 관할인 학교에 보건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이 들어서는 것인 만큼 부처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여당과 정부에 따르면 올해 8월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실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열었고 수년간 줄곧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교육부도 이견을 내지 않기로 결론 냈다고 한다.

올해 교육부는 이 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을 위해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 학교의 빈 교실을 조사했다. 모두 934개로 집계됐다. 이는 각 학교가 앞으로 사용할 예정인 교실을 제외하고 응답한 수치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유휴교실 실태분석 및 향후 사회변화 분석을 통한 활용 방안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3457곳의 유휴교실은 5316개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신축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초등학교 빈 교실 활용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국공립어린이집을 하나 세우는 데 평균 17억 원이 들고 땅값이 비싼 서울은 최고 80억 원까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빈 교실을 활용한 경기 안양시 달안어린이집의 경우 4억2000만 원이 든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반면 교육계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의 관리감독 주체가 달라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가 있고, 초등학생 학습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교육계 관계자는 “아이들 수업 중에 영유아들이 울 수 있고, 발달단계가 다른 아이들의 급식도 문제여서 학교로서는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육단체에 이어 30일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이 법안 통과에 우려를 표명했다.

○ 이번에는 유보 통합 이뤄지나

다만 빈 교실 활용 방안이 예상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빈 교실은 광주가 186개로 가장 많고 전남(159개) 경기(158개) 전북(144개) 경북(107개) 순이다. 이들 지역은 고령화로 어린이집 수요가 많지 않은 곳이다.

반면 어린이집 수요가 많은 서울은 빈 교실이 27개, 대구 대전 세종 등은 0개였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결국 이 법안이 이미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고 있는 20여 곳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주는 데 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공립 시설을 선호하는 부모들은 집 근처 학교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들어서는 것을 크게 반긴다. 지금과 같은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려면 유치원과 어린이집 보육을 통합하는 ‘유보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관련 법률(영유아보육법·육아교육법)과 소관 부처(복지부·교육부)가 달라 이용 시간이나 비용, 교원 체계가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이전 정부에서도 유보 통합을 시도했지만 양쪽의 이해관계가 팽팽히 맞서 번번이 실패했다.

문 대통령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격차 완화 등을 중심으로 한 ‘균등한 교육·보육 서비스 제공’을 약속했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돈이다.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와 자질은 유치원 교사에 비해 상당히 낮다. 처우를 개선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대학에 보육교사 전문학과를 만들어 양질의 교사를 배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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