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004년 5월 25일 당시 고건 국무총리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퇴의 변을 마친 뒤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고건 전 국무총리(79)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과 총리를 맡게 된 과정 등에 대한 뒷얘기를 털어놨다.
고 전 총리는 1일 공개한 ‘고건 회고록 : 공인의 길’에서 노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 대해 “1998년 서울시장 민선2기에 출마할 당시 국민회의 노무현 부총재를 만났다. 인상적이었다”며 “그의 화법은 매우 담백했다. 돌려 말하는 법이 없었다. 드물게 사심이 없는 정치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37세 최연소로 전남도지사가 되는 등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다녔던 고 전 총리는 “나보다 나이 어린 상사를 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적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총리를 제안하면서 ‘개혁대통령’을 위해선 ‘안정총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완강히 고사해도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면서 “‘해임제청권뿐만 아니라 실질적 내각인선까지 맡아서 해달라면서 다만 법무부 장관은 이미 생각해 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강금실 변호사였다”고 전했다.
고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그는 당시에 대해 “내 인생 가장 길었던 63일”이라고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진 이유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에서 복귀한 날 청와대로 들어가 ‘이제 강을 건넜으니 말을 바꾸십시오’라며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그런데 사흘 후 새 장관들에 대해 임명제청을 해달라고 해서 거절했더니 비서실장을 두세 번 보냈다. 마지막에는 내 사표를 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완전히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싫어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임명제청 요구 거절’ 문제와 함께 친노 세력과의 정치적 갈등을 들었다. 고 전 총리는 “그리고 또 하나는 정치적으로는 친노세력에게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 ‘고건을 밀지 마라’ 그런 얘기”라면서 “나도 정치인으로서 그때 당시 정부와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일이 없을 수 없었다. 그때 바다이야기니 뭐니 일이 있을 때는 한 마디씩 해야 했었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이 2006년 12월 “고건 총리가 양쪽을 다 끌어당기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됐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라고 말한 것에 대해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여야를 아울러서 국정을 수행한 건 나다. 내가 물러난 지 2년 후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을 때는 노 대통령 본인이 고립됐던 건 사실인가보다. 노 대통령 스스로 고립된 것”이라며 “나는 총리를 그만둔 지 몇 년 후 얘기다. 시계열에 대한 착각이 있었던 게 아닌가. 내가 총리일 땐 여야정 협의가 잘됐다고 기록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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