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올해 ‘위험도로 개선 사업’에 예산 1174억 원을 쓰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32억 원 늘어난 규모다. 이 예산은 도로 폭이 좁거나 급커브 구간 등이 있어 대형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곳의 도로를 고치는 데 쓰인다.
하지만 올 9월까지 집행된 금액은 554억 원(47.2%)에 불과했다. 정부는 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현재 집중적으로 도로 공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 사업은 9월까지 집행률이 48.1%에 불과했지만 연말에는 81.5%로 크게 뛰었다.
정부가 연간 예산의 상당 부분을 연말에 몰아서 쓰는 행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인 중앙부처 주요 관리 대상 사업 446개 가운데 9월 말 기준 집행률이 60% 미만인 사업은 63개였다. 이는 전체의 14.1% 수준이다. 거액이 들어가는 사업 10개 중 1개 정도가 3개월간 1년 예산의 40%를 넘게 써야 하는 상황이다.
부처들은 연말에 불용예산이 남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집행률이 44.5%에 그친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사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임상센터를 어느 병원이 위탁해 운영할지 정하는 등의 관련 절차가 늦어져 설계비 집행이 늦어졌다”며 “연말이면 100% 가까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1000억 원의 예산 가운데 202억 원만 쓴 ‘광물자원 개발 융자’도 마찬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사업 내용이 구체화되면 예산을 배정해 주기로 했던 것으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선 7월 이후에 작업을 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하고 있고 연말까지 다 집행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업에서 예산이 남으면 재원이 부족한 다른 사업에 가져다 쓰는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토부는 과적 단속 운영 사업에서 발생한 소송에 대한 배상금이 부족하자 ‘위험도로 개선 사업’ 예산 25억4200만 원을 전용했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예산 집행 계획을 세밀하게 짜지 못했다는 뜻으로 이 때문에 꼭 필요한 예산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이 부진한 사업에 대해선 페널티를 주면 나쁜 관행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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