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보팅’ 연말 폐지… 재계 “의결요건 완화 안하면 주총대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3시 00분


[정기국회 쟁점 법안 뜯어보기]<4>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

“국내 상장사 주주들의 주식 보유 기간은 코스피 7.3개월, 코스닥 3.1개월입니다. 주식 분산율은 높고, 보유 기간이 짧은 주주들은 주주총회에 관심이 없고 참여도 저조해 전자투표도 실효성이 없습니다. ‘섀도보팅(Shadow Voting)’이 폐지되면 상당수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최근 상법의 주요 쟁점과 해법’ 공동세미나에서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올해 말 예정대로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면 현실적으로 기업들이 주총을 여는 데 문제가 생겨 이른바 ‘주총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다.

섀도보팅이란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를 열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주 의결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여 주주의 찬성 반대 비율대로 대신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결권 행사가 왜곡되고 주주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13년 폐지가 결정됐고 4년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연말 폐지를 앞두고 있다.

소액주주 권리를 존중한다는 취지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기업들은 기업 운영에 당장 어려움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면 상장사의 23.4%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4분의 1에 못 미치기 때문에 주총 안건 처리가 불확실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현행법상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의결하지 않으면 기업은 감사 선임과 감사위원회 구성을 할 수 없다. 감사위원회 구성을 못할 경우 상법상으로 각각 500만 원 이하, 50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상장사의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특히 감사 선임 때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재계는 확실한 대응책이 마련될 때까지 섀도보팅 제도를 연장하거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한 주총 의결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 폐지를 한 달 앞두고 관련 법안 논의는 국회에서 잇달아 무산되고 있다.

보통 결의의 의사 정족수를 4분의 1 참석에서 5분의 1로 낮추는 등 정족수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여당 반대로 논의되지 못했고 섀도보팅 제도 폐지를 2019년 9월까지 유예하자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심사가 보류됐다. 6일 정무위원회 법안소위가 다시 열리지만 섀도보팅제 유예 법안이 논의 대상에 포함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여당과 금융위원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적극 반대하고 있어 안건 상정이 돼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부는 이미 유예기간을 충분히 줬는데도 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했다며 예정대로 폐지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유예기간에 기업들이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섀도보팅 폐지에 대비해 전자투표를 적극 도입했지만 주주들의 참여가 미미해 실효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9월 말 기준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은 1195개사로 전체 상장사(2018개사)의 59.2%에 이르지만 지난해 전자투표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 주주는 주식 수 기준으로 2.2%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전자투표도 결국 주주들이 주총에 관심을 갖고 투표를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대기업과 달리 일일이 소액주주들을 찾아가 주총 참여나 전자투표, 대리투표 위임 등을 부탁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김재희 기자
#섀도보팅#폐지#상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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