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13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유력 정치인들이 격돌하는 ‘별들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처음 치러지는 내년 재·보선은 규모 면에서 ‘미니 총선’을 방불케 하고 거론되는 후보들의 중량감도 상당하다. 특히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사들이 재·보선 출마를 저울질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7일 현재 재·보선이 확정된 지역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의원직을 던진 서울 노원병과 국민의당 최명길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을 2곳이다. 2심에서 의원직 상실 형을 받은 의원 3명을 포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의원도 17명에 이른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내려놓게 될 의원을 포함하면 재·보선 지역이 10곳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국회의원 재·보선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재·보선에 어떤 인물을 내세울지가 바둑판에 돌을 놓는 것처럼 여야의 지방선거 전략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벗어나 있는 대선 예비주자들은 이번 재·보선을 중앙정치에 진입할 계기로 보고 있다. 다음 대선까지는 4년 정도나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데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출된 역대 대통령 5명 가운데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인물은 없다.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구는 서울 송파을과 노원병이다. 여야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혈투를 공언한 만큼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이 지역의 ‘빅 매치’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출마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의원 경험이 없는 안 지사가 대권가도를 위해서는 3선 도지사에 도전하기보다 재·보선을 염두에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안 지사는 “충남도지사 일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은 “국회로 가라는 얘기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면서 서울시장 3선 도전 의지를 밝혔다.
한국당은 현 여당세가 다소 강한 노원병에는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투입하고, ‘강남벨트’로 보수 색채가 있는 송파을에는 참신한 인물로 승부를 보겠다는 복안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노원병에 내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송파을에 홍준표 대표의 측근인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을 내세워 ‘홍준표 대리전’으로 정면 돌파하는 전략도 제기된다.
국민의당은 잃어버린 의석을 되찾기 위해 ‘필승 전략’을 짜고 있다. 안 대표가 송파을에 직접 등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바른정당은 재·보선을 통해 생존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바른정당 핵심 관계자는 “노원병에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을, 송파을에는 박종진 전 앵커를 출마시켜 당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두 보수 야당에서 모두 서울시장이나 재·보선 차출설이 나오고 있다.
지방정부 탈환이냐, 수성이냐를 놓고 여야가 치열한 경쟁에 들어간 부산 지역의 재·보선도 관심거리다. 여권에서는 ‘김영춘-조국’ 투 톱으로 부산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현역 의원인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을 부산시장 후보로 차출하고, 김 장관이 출마할 경우 공석이 되는 부산 부산진갑 보궐선거에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내보내는 전략이다. 한국당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의 부산 해운대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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