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7일 신임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한 최재형 사법연수원장(61·사법연수원 13기)은 법조계에서 “말 그대로 ‘정통 법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수나 진보의 이념 성향으로 분류할 수 없는 무색무취한 판사라는 얘기도 듣고 있다.
청와대는 최 후보자 지명 배경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꼽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후보자의 판결을 검토한 결과 매우 엄정하게 판결해 왔다. 그 부분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을 수호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회 임명동의안 통과 가능성도 인선의 중요한 기준이었다. 청와대는 30여 명의 감사원장 후보군을 대상으로 현미경 검증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먼저 고려됐던 후보들이 고사하거나 인사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후보자는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1984년생과 1988년생인 두 딸을 낳은 뒤 2000년과 2006년 각각 9개월 된 남자아이와 열한 살 남자아이를 입양했다. 최 후보자는 주변에 “입양은 진열대에 있는 아이들을 물건 고르듯이 고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입양은 아이에게 사랑과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하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최 후보자의 아버지 최영섭 예비역 대령(89)은 6·25 대한해협해전 참전 용사다. 최 후보자는 아버지와 함께 올해 9월 인천 옹진군 백령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을 찾아 참배를 했다. 최 후보자는 당시 백령도에서 찍은 위령탑 사진과 바다를 배경으로 아버지와 찍은 사진을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렸다. 또 동아대 의대 김덕규 교수가 쓴 천안함 수병 추모시 ‘772함 수병은 귀환하라’를 찍은 사진도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려놨다.
최 후보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연가를 내고 아버지와 함께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해 백령도에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그의 아들 최영진 씨(21)도 해군에 입대했다.
경남 진해 출신인 최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6년 판사로 임관해 서울민사지법 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등을 지냈다.
최 후보자는 2012년 당시 광주지법의 수석부장판사가 친구를 법정관리 기업의 변호인으로 선임한 사건의 항소심 재판장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고위 법관이 정식 재판에서 벌금형을 받은 첫 판결이었다. 또 1973년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군사 쿠데타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직 군 장성의 재심 사건을 맡아 “강압수사로 인한 허위 자백”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한 후배 판사는 최 후보자에 대해 “아랫사람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선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가 법조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사에서 이번 감사원장 후보자 인선이 가장 잘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