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 못받는 소득상위 10% 가구엔 자녀세액공제 15만원 유지하기로
소득 판별 행정비용 年300억 추정… 일각 “수당보다 비용 더 들수도”
국회가 내년 9월부터 지급할 아동수당 수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면서 ‘역차별’ 논란 등이 커지자 정치권과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아동수당을 선별적 복지로 전환한 데 따른 일부 비판을 의식한 듯 “형평성 시비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여당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지급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기존 통계청 소득 등이 아닌 새로운 기준으로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아동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소득 상위 10% 가구에 한해 2019년 이후에도 자녀세액공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당초 모든 0∼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아동수당을 도입하면 해당 가구의 자녀세액공제를 없애려 했다. 하지만 일부 가구가 세액공제뿐 아니라 수당까지 받지 못하게 되자 당초 계획이 어그러졌다. 기재부는 내년 상반기 중 아동수당법이 제정돼 지급대상이 확정되면 자녀세액공제 적용대상을 바꾸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0∼5세 자녀를 둔 소득상위 10% 가구는 아동수당을 받지 못하는 대신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녀 한 명당 15만 원(셋째부터는 30만 원)을 공제받는다. 결국 아동수당을 못 받는 소득상위 10% 가구는 정부로부터 자녀 한 명당 연간 15만 원을, 나머지 90% 가구는 120만 원을 받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보편적 복지도, 선별적 복지도 아닌 어정쩡한 정치적 타협이 됐다는 비판과 함께 아동수당의 원래 취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들은 당초 ‘모든 아동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라는 측면에서 아동수당을 도입했다. 아동수당을 도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20개국은 부모의 재산 및 소득과 상관없이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OECD는 “부모의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정부가 최소한의 양육비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아동수당은 출산율을 높이는 ‘저출산 대책’이기보다 아동을 위한 ‘보편적 복지정책’이자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 개념’이라고 강조해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당은 말 그대로 자산 조사를 전제로 하지 않고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주는 것”이라며 “아동수당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최초의 수당이 될 것으로 봤는데, 소득 상위 10%가 제외되면서 수당이 아닌 ‘공적부조’가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복지 관련 학회에서는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아동수당에 반대한다’는 서명운동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일부 학회에서는 경기대 사회복지대학원장 출신인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도 서명에 참여해 달라는 e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소득 상위 10%를 가려내기 위해 엄청난 행정비용이 드는 점도 논란거리다. 소득 상위 10%는 소득과 재산을 합친 소득인정액을 토대로 정해진다. 매년 소득인정액이 달라지는 만큼 소득 상위 10%를 가려내는 데만 한 해 300억 원의 행정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영유아 부모들은 당초 계획대로 누구나 주는 것이었다면 내지 않아도 될 재산 관련 증빙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238만여 명에 이르는 영유아 가구 부모의 각종 증빙서류를 일일이 검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복지부는 아동수당 도입 초기 약 1000명, 안정화 이후 500명 이상의 현장 검증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소득을 축소해 부정수급 시 이를 환수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는 데 드는 비용이 이들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보다 더 클 수 있다”며 “아동수당법안을 만들 때 다시 모든 영유아로 수급 대상을 넓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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