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 사이에서 벌이는 이른바 ‘썸 타기’가 부쩍 많이 회자되고 있다. 국민의당이 두 당 사이에서 내놓는 선택이 예산 등 정국의 중요한 방향을 결정하고 있어서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7일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파 중심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에서 “바른정당과 충분한 소통 없이 예산 협상이 마무리된 점이 죄송스럽다. 그러나 정책 공조는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예산 협상 과정에서 정책연대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해 죄송하다. 지금부터 여러 민생법안과 개혁법안을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공조 체제는 예산 국면을 기점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을 제쳐 놓고 민주당과 찰떡 공조를 이뤄 호남 예산을 대거 얻어내자 바른정당이 떨떠름해하고 있는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는 6일 “예산안 통과는 역사에 남을 큰 잘못”이라며 국민의당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향후 입법에서도 ‘사안별 공조’에 나설 방침이다. 방송법 개정안이나 특별감찰관법 등을 놓고는 바른정당과 공조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선거법,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추진에는 민주당이 협조 대상으로 거론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쪽에 다걸기 하기보다는 당과 사회에 합리적인 선택을 내놓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했다.
민주당이나 바른정당은 국민의당의 이런 태도가 내심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대시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결혼은 못 하더라도 원수지간이 됐다간 아무것도 못 한다.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인준, 예산안 처리 등에서 봤듯 국민의당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 간 논의 과정에서 금기어는 ‘자유한국당’이다. 유 대표는 “한국당이 내년도 예산을 ‘좌파 예산’ ‘사회주의 예산’으로 규정했는데, 만일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을 사회주의 예산으로 규정한 것이라면 이는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대통합을 얘기해서 한국당이 거론됐는데, 한국당은 적폐세력이다. 연대의 ‘연’자도 꺼내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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