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평화재단 한일관계 세미나]韓日 지역전략과 협력
현대일본학회-서울대 일본연구소 공동주최
“한국에선 중국이 향후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미국과 함께 세계 질서를 양분할 것으로 보는 경향이 많고 ‘주요 2개국(G2)’이라는 표현도 자연스럽게 쓰지만 일본은 G2론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일본이 포함된 ‘주요 7개국(G7)’ 같은 협의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서승원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8일 오후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지역 전략과 한일 협력에 대한 함의’ 세미나에서 부상하는 중국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인들에게는 ‘강한 중국’이 정상적이라는 인식이 많지만 일본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일본 국익 침해는 물론이고 아시아의 최대 불안 요소로 여긴다는 지적이었다.
동아일보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 현대일본학회, 서울대 일본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처럼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한국의 인식 차이가 집중적으로 분석됐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흔히 공통된 위협으로 간주되는 북핵 문제를 놓고도 양국 사이의 견해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북한 문제를 놓고 한미일 협력이 이뤄지고, 한일 간에도 협력이 강화되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이 ‘한반도 운전석론’처럼 유화적이고 독자적인 움직임을 취할 때는 한일 갈등의 가능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분단국가로서 북한을 언젠가는 통합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일본과 인식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양국은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안보를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차이를 보였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반드시 정책이 일치하지는 않았다”며 “일본은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협력과 지지를 일관되게 유지했지만 한국은 노무현 정부처럼 불일치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정치적 갈등은 경제 협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성빈 아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는 과정에서 한일 통화스와프가 중단된 건 한일 관계에서 정치 문제가 경제 협력에 영향을 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남 이사장은 “지금 한일 관계는 과거사에 묶여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놓고도 어떻게 헙력할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원장은 “한일 간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늘려 가는 지적(知的), 정치적, 사회적 작업이 확대돼야 한다”고 총론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두 나라 사이의 과거 중심적인 이해의 틀을 넘어서려면 국제정치적 시각에서 대안적 미래를 구상해 보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동아시아 및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선 양국이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사 문제와 동북아 내 대결 구도를 넘어서면 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한일 협력은 중국의 미래 힘을 중화(中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힘이 군사적 분야가 아닌 소프트파워 분야로 발산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 간 상호 불신 해소는 중국과 일본 간의 불신을 줄이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 부문, 특히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노력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한일 간에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지방 간의 경제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지방의 ‘작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해 부산-후쿠오카 경제권 등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추진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 간 갈등의 이미지가 정치와 외교안보 분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최근 우호적인 이미지와 경험이 확산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상황도 제시됐다. 박 원장은 “양국 시민들은 상호 교류와 방문 확대로 국가나 정부를 중심으로 한 화두에 매몰되지 않고 있다”며 “일본에 한류팬이 존재하고, 한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문화 체험을 늘려 가고 있는 게 좋은 예”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