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조직 혁신 차원에서 전국 253곳 중 호남을 제외한 214곳에 대한 당무감사를 벌여 당협위원장의 30% 가까운 62명(29%)의 자격을 박탈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서청원 유기준 의원 등 현역 4명은 당협위원장 자격을 잃었고,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친박계 중진을 포함한 의원 16명은 더 분발하라는 취지의 경고를 받았다.
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과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은 17일 당사에서 당무감사 결과 기준점을 미달한 당협위원장 교체 지역을 발표했다. 물갈이 대상인 현역은 서, 유 의원 외에도 ‘엘시티 비리’ 관련 수뢰 혐의로 수감 중인 배덕광 의원,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엄용수 의원이 포함됐다. 원외 당협위원장은 전직 의원 10명과 류여해 최고위원(서울 서초갑) 등 모두 58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명하고,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고한 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친박 지우기’ 마무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주중 대사를 지낸 권영세(서울 영등포을),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부산 연제), 친박으로 분류되는 박창식(경기 구리) 손범규(경기 고양갑) 신동우(서울 강동) 전하진(경기 성남 분당을) 등 전직 의원 10명도 탈락했다. 여기엔 박민식(부산 북-강서갑) 등 몇몇 비박 측 전직 의원들도 포함됐다. 하지만 친박 측에선 ‘찍어내기식 표적 감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 의원은 “허허, 고얀 짓이네. 못된 것만 배웠구먼. 당의 앞날이 걱정이네”라고 말했다고 서 의원 측 인사가 전했다. 유 의원은 통화에서 “왜 이렇게 나왔는지 확인 중에 있다.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표는 발표 직전 페이스북에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기에 부득이하게 당협위원장 정비를 하게 됐다. 일체의 정무판단 없이 계량화된 수치로 엄격히 블라인드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당무감사는 100점 만점에 1권역 및 현역 의원은 55점 미만, 2권역은 50점 미만을 커트라인으로 정했다. 1권역은 영남 전역과 서울 강남3구, 성남 분당 지역이다. 1권역과 호남 지역을 제외한 기타 전 지역이 2권역이다. 당초 커트라인을 현역은 원외보다 5점 더 높이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결과 현역 박탈 대상자가 20명으로 늘어나면서 집단 탈당 등 후유증을 우려해 기준을 낮췄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55점은 넘었지만 60점에 미달해 경고를 받은 현역 16명 중에는 수도권 다선 중 친박계가 다수 포함됐다. 이 중에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참가한 의원도 있다”고 전했다.
바른정당 ‘복당파’ 의원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강길부 김영우 여상규 이진복 정양석 홍철호 의원 등 7명은 이번에 교체된 당협위원장의 후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김무성 김용태 박순자 이종구 황영철 등 11명의 지역구는 기존 당협위원장이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당협위원장은 지방선거 때 구청장과 광역·기초의원 공천 시 후보 추천권을 갖는다. 앞으로 당협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홍 대표의 입김이 더 세질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16일 “원래 2월 말까지 하려 했는데 당무감사 이후 당협 정비 시간이 걸리니 늦어도 3월 말까지는 (공천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지도부의 면면도 대폭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의원이 내년 6·13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원외인 이재만, 이종혁 최고위원도 각각 대구시장과 부산시장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새로 선출된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이 지도부에 합류하는 것을 포함해 최고위원 9명 중 5명이 교체됐거나 곧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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