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재원 난제… 최하위 ‘블라인드 채용’ 불신 씻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9일 03시 00분


[2017 대한민국 정책평가]<2> 사회복지분야 10대 정책

올해 출생아 수는 35만 명 선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2, 3년 내에 30만 명이 위태롭다 보니 ‘인구 절벽’을 넘어 ‘인구 소멸’이란 말까지 나온다. 고령화마저 심각해 국내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올해 처음으로 14%를 넘어섰다.

이런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우려는 사회복지 분야 정책에 대한 인식과 평가로 이어졌다. 동아일보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가 실시한 사회복지 정책 평가에서 건강 및 의료와 관련된 보건·복지 정책이 대거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평가에서 청탁금지법, 마약류 확산 차단 정책 등이 사회복지 정책 중 상위권에 오른 것과 사뭇 달라진 셈이다.

○ 저출산·고령화로 관심 커진 복지 정책

고령화, 저출산 사회에서 개개인은 ‘나와 가족의 건강을 어떻게 지키느냐’에 관심이 높다. 사회복지 정책 중 ‘치매국가책임제’와 ‘국가예방접종 지원’이 높은 점수를 얻은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72만 명. 노인 10명 중 1명(10.2%)꼴이다. 치매 환자 1명당 필요 비용은 연간 2000만 원이 넘는다. ‘국가가 치매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주고 치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치매국가책임제는 국민 대다수의 삶과 직결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정책에 따라 중증치매 환자는 진료비 90%를 지원받아 본인 부담률이 10%로 낮아진다. 경증치매 환자에게도 치매등급이 부여돼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면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 아직 장기요양등급 확대의 구체적 시행 시기와 적용 대상은 확정되지 않았다. ‘치매안심센터’ 등 인프라에 투입될 공간이나 인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국가 예방접종 지원 확대’(3.87점)는 생활과 가장 밀착된 사회복지 정책이라는 점에서 점수가 가장 높았다. 국가지원 백신은 2009년 9종에서 올해 17종으로 늘어났다. 인플루엔자(독감) 어린이 무료 예방 접종 대상 연령은 생후 6개월 이상∼11개월 이하에서 생후 6개월 이상∼59개월 이하로 확대됐다. 65세 이상 노인 역시 독감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다만 예방접종 자급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결핵, 소아마비 등의 백신 부족 사태가 자주 빚어지고 있다.

○ 난제 많은 ‘문재인 케어’는 6위

보건복지 정책이 모두 큰 호응을 받은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사회복지 정책 10개 중 6위(3.37)에 그쳤다. 이 정책은 3800여 개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해 의료비 보장률을 현재 63.4%에서 2022년 7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어떻게 급여화할지 결정되지 않은 데다 5년간 30조6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윤견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적 염려와 우려에 적절히 대응하고 소통을 하면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명 ‘김영란법’인 청탁금지법은 사회복지 분야 정책 내에서 급격한 순위 하락을 보였다. 지난해 사회복지 정책 평가에서 청탁금지법은 1위(3.29점)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평가에서는 사회복지 분야 10개 정책 중 9번째(3.35점)에 그쳤다.

최근 기존 식사비(3만 원) 선물(5만 원) 경조사비(10만 원)의 범위를 정한 이른바 ‘3·5·10 규정’이 ‘3·5·5+농축수산품 10’으로 변경됐다. 취지를 훼손시켰다는 비판과 어려운 농축수산업계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김희강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정책의 목표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블라인드 채용은 최하위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3.08점)은 사회복지 분야 10개 정책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출신지와 가족관계, 학력, 사진 등을 입사지원서에 포함하지 않는 채용제도다. 스펙보다는 실력을 보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책의 실현가능성과 효과가 모두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은 올해 6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하고 고용노동부가 7월 5일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도입됐다. 하지만 학벌의 폐단을 없애는 정책이라며 환영하는 반응과 학력과 학벌도 개인의 실력을 증명하는 지표인 만큼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역차별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고려대 정부학연구소는 “공공기관 채용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을 비롯해 올해도 각종 아동학대와 성폭력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아동학대 범죄 처벌 강화’(3.44점)와 ‘성폭력 범죄자 관리 강화’(3.35점)도 사회복지 분야의 주요 정책으로 꼽혔다.

김윤종 zozo@donga.com·유성열·전주영 기자

사회복지 평가: 윤견수, 김희강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문재인 케어#블라인드 채용#사회복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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