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18일 오전. ‘달빛 기사단’이란 아이디를 쓰는 한 사용자가 트위터에 ‘네이버 검색 해주세예’ ‘검색어: 홍준표 아베’ ‘현재 3위’라는 글을 올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일본에 가서 굴욕외교를 했다는 것을 부각해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노출시키자는 의미다. 오전 내내 네이버에서 ‘홍준표 아베’는 검색어 순위 10위권에 머물렀다.
#장면2.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달 28일 한 강연에서 “‘대통령이 하겠다는데 네가 왜 문제 제기야’라고 하면 공론의 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즉각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 지지자들로부터 ‘적폐세력’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최근 문 대통령의 방중을 수행 취재하다 폭행당한 청와대 수행기자단은 “맞을 짓을 한 기레기들”이라는 맹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른바 ‘문빠’들의 여론 형성 구조와 실체가 새삼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 ‘좌표 찍기’와 ‘지원’이 세(勢) 과시 전략
문빠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온라인과 모바일 공간이다. 문 대통령 지지 행위는 이들만의 은어인 ‘좌표 찍기’와 ‘지원’으로 이뤄진다. ‘좌표를 찍다’란 용어는 공격해야 할 기사나 콘텐츠의 인터넷 주소를 다른 지지자들에게 알리는 행위를 뜻한다. 팬 카페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좌표가 찍히면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지원’도 활성화된다. 문빠들이 단 댓글에 비슷한 맥락의 댓글을 추가하거나 특정 댓글을 ‘베스트 댓글’로 만드는 행위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긍적적 댓글로 덮기 위한 시도도 있다. 16일 트위터에 한 사용자는 ‘여기 100개 넘는 댓글이 악플이에요. 부탁드립니다’란 글과 함께 전날 문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회동 관련 기사 링크를 첨부했다. 현재 해당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문 대통령을 칭찬하는 글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의 맹목적 지지자를 일컫는 문빠들의 공격은 정치, 사회, 문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 “문빠와 공식 팬 카페는 달라”
문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문빠 현상은 논란이다. 여전한 문자폭탄 등 문빠들의 공격에 속앓이를 하는 정치인이 적지 않다.
현재 2만20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공식 팬 카페인 ‘문팬’ 집행부와 가까운 김미경 서울시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문팬과 그런 분(문자폭탄을 보내는 극성 지지자)들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문팬은 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각자 사회활동을 하는 보통 사람들이 역할을 하는 모임이다. 뭉뚱그려 문빠라고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성적인 지지 활동을 하는 지지자들과 일부 극성 지지자인 ‘문빠’는 문 대통령 지지 모임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활동 방식이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 유명 포털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이 개설돼 있다. 과거 전국적 조직망을 갖추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와는 탄생 과정이나 구조 자체가 다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에선 문빠를 자진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많은 모임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여론 착시 현상도
문자폭탄을 보내는 문빠는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소수 문빠의 목소리가 여론의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매일 500통 이상의 문자폭탄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받은 문자를 분석해보니 한 사람이 하루에 70통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실제 송신자 수는 받은 문자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빠들의 맹목적 팬덤이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다수 이성적 지지자까지 ‘문빠 프레임’에 가두고, 문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문빠는 대통령이 정치를 잘 이끌어 좋은 성과를 내길 바라는 보통의 지지자들과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문 대통령만 의견의 자유를 향유하길 바라고, 나머지 그와 갈등하는 의견은 없어도 좋다고 본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일당제주의자들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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