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숙 “미성년자의제강간 연령 상향? 성행위 자체 처벌하는 결과…신중해야”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52·사법연수원 18기)의 인사청문회가 20일 진행된 가운데, 민 후보자가 미성년자 의제 강간 기준 연령 인상에 대해 “여러 측면을 고려해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민 후보자는 이날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성립 기준 연령 관련 “연령을 높이는 것도 성폭력 근절과 피해자 보호측면에서 생각할 면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경우) 성행위를 한 것 자체를 처벌하는 결과가 된다. 미성년자지만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할 수는 없는데 처벌의 측면만 고려하기보다는 여러 측면을 고려해 신중하게 생각해볼 만한 부분”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현행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13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할 때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 제305조에 따라 13세 미만인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에 대한 동의능력을 인정하지 아니하여 강간죄, 유사강간죄 또는 강제추행죄로 처벌된다.

즉,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 미성년자의제강간죄가 적용돼 강제력의 동원 유무를 따지지 않고 처벌할 수 있다. 권고 양형은 징역 4~11년형이다.

이 같은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성립 기준 연령을 높이자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한 연예기획사 대표인 40대 남성 A 씨가 여중생을 상대로 성관계를 맺은 뒤 임신을 시킨 사건이 알려져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해당 범죄 성립 기준 연령을 상향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민 후보자는 2014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해당 사건의 항소심을 맡아 40대 남성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했고,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해당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A 씨는 피해자가 자신에게 친밀한 표현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고 계속 만남을 이어간 점 등을 들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A 씨의 강요 또는 두려움으로 인해 A 씨를 접견하고 허위의 감정 표현이 담긴 서신을 보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판단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였던 여중생은 당시 15세로, 미성년자의제강간죄가 성립되지 않았다. 해당 판결 이후 현행 미성년자의제강간죄 적용 범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면서 미성년자의제강간죄 기준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기도 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