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일 “이명박 정부 때 다져 놓은 양국 간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중동 국가 특성상) 정부 상층부 간 다이렉트(직접적) 스킨십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親書)도 전달했다고 한다.
임 실장의 UAE 방문을 주도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각종 의혹에 대한 설명을 내놨다. ‘찔끔 해명’ ‘오락가락 해명’ 논란으로 의혹이 가라앉지 않자 나름대로의 상세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먼저 이명박 정부 비리 의혹과 관련해 UAE 왕실 관련 자금을 들여다봤다가 외교적 논란으로 비화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는 “엉뚱한, 진짜로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우리가 무슨 재주로 왕실자금을 들여다보느냐”고 일축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 양국 관계가 폭발적으로 발달했지만, 박근혜 정부 중반부터 이전만 못 하다가 후반에 와서는 연락도 잘 안 됐다. 일각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비리를 캐러 간 것 아니냐고 하는데 오히려 반대다. 만에 하나 (문제가) 있더라도 UAE와 관계가 손상될 수 있어 (건드리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는 “빈대 몇 마리(이전 정권 의혹) 잡자고 초가삼간(UAE와의 관계) 태우겠느냐”고도 했다.
우리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UAE가 불만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왕세제는 임 실장에게 “바라카 원전은 한국과 UAE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업이다. 이번에 시간이 없어 못 가보시겠지만, 다음번에는 꼭 가보시길 바란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 원전 우려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임 실장이 알나하얀 왕세제를 만날 때 할둔 할리파 알 무바라크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배석한 이유에 대해선 “그는 많은 분야에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다. 이번에 임 실장과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을 맺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임 실장이 갑자기 UAE를 방문한 배경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연내에 임 실장이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중 한 명이 방문하기로 했는데 방중 일정으로 임 실장이 가게 됐다. 시점은 UAE 파병 중인 아크부대 파견 연장 동의안 국회 본회의 처리(1일) 이후로 잡았다.”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이 동행한 것에 대해선 “양국 간 주요 현안 중 하나가 정보 분야 협력이다. 중동의 복잡한 정세 탓에 정보 분야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했다.
임 실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선 “(왕정 국가 특성상) 일하는 방식이 언론에 비공개하는 것을 선호한다. 방문 결과를 언론에 툭툭 밝혔으면 좋겠는데 UAE 측에선 (언론에 공개하는 걸) 신뢰의 문제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임 실장 방문 관련 의혹을 설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서동구 차장이 동행한 이유에 대해 “왜 갔는지는 모르나 원전 쪽 일해 본 경험도 있고 해서 수행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임 실장이 원전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했겠지”라고 했다가 배석한 또 다른 관계자가 “안 했다”라고 현장에서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관련 의혹들도 있으며 내용이 구체적”이라며 추가 폭로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1차관,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UAE에 나와 있는 국정원 직원이 뭔가 일을 서투르게 했고 UAE 쪽에 대단한 문제를 야기했다. 이를 무마하려고 서동구 차장이 동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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