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북한군 1명이 또 귀순하면서 북한군 기강이 해이해졌거나 병사들이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께 북한군 초급병사 1명이 중부전선의 육군 GP를 통해 귀순했다. 군은 감시장비로 귀순 병사를 식별해 신병을 확보한 후 군사분계선(MDL)으로 접근하는 북한군 수색조를 발견하고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으로 대응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 수색조 수 명이 MDL 선상에 접근하는 것을 보고 오전 9시30분께 경고방송과 약 20발의 K-3 기관총 경고사격을 했다”며 “(이후) 더 이상 접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귀순은 지난달 13일 북한 병사 오청성 씨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지 한 달 여 만이다.
북한군이 귀순한 건 올해 들어 지난 6월 13일, 23일 두 건과, 한 달 여 전 오 씨 귀순에 이어 이 번까지 올해만 4차례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명에 불과했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알려진 북한군 귀순은 총 9건으로, 이를 감안할 때 1년 동안 4건은 이례적이다. 북을 탈출해 남한으로 온 민간인까지 합하면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북한군 귀순과 관련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주목받고 있다. 북한군의 심리를 흔드는 데 있어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 조치로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과 한국 방송물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 13일 귀순한 북한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고 귀순을 결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같은 달 열흘 뒤 귀순한 병사는 드라마와 영화로 남한 사회의 모습을 접하며 동경심이 생겨 귀순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판문점을 통해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오 씨는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남한 노래가 듣고 싶다”고 말했다. 오 씨는 휴전선 너머로 들리는 남한의 대북방송으로 한국의 걸 그룹 노래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또 그의 몸에서 다량의 기생충이 발견돼 북한군의 열악한 현실을 가늠케 했다. 오 씨는 조사 과정에서 “조국의 열악한 상황을 개탄한 끝에 귀순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오 씨가 귀순한 이후 군 당국은 그의 귀순 소식을 대북 확성기 전파하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송출하는 FM 라디오 ‘자유의 소리’는 오 씨 귀순 사건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귀순 경위부터 귀순병사 치료와 회복 상태, 영양실조를 앓는 북한군이 많다는 내용 등을 내보내고 있다.
북한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확성기 방송은 최전방 10㎞ 이상 소리가 전파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도 하지만 중간중간 우리의 최신곡을 틀어 북한군의 심리를 흔든다. 게다가 북한군이 추격조의 총격을 무릅쓰고 극적으로 탈출했다는 소식과 총을 맞았음에도 치료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최전방에 주둔하는 북한군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의당 통일위원장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채널A ‘돌직구쇼’에서 “오 씨의 귀순으로 북한 군대 내부의 기강 해이, 군대 내부의 남쪽에 대한 친화적 이미지들이 계속 증폭이 되는 과정에서 귀순 병사가 다시 왔다고 한다면, 지금의 북한 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국제사회에서 강화하고 있는 제재 국면과 맞물려 상당히 큰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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