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미국 연방 법인세율이 최고 35%에서 21%로 낮아지면서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25%)은 미국보다 4%포인트 높아지게 됐다. 처음으로 양국 법인세율이 역전되면서 ‘나 홀로 법인세율 인상’에 나선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에 대기업 세 부담이 늘어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미 상·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1조5000억 달러(약 1623조 원) 감세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연방 법인세율을 3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로 인해 내년부터 미국의 최고 법인세율은 한국보다 낮아지게 됐다. 한국에선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25% 법인세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세법 개정안이 이달 초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의 의회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제 미국 경제엔진에 로켓 연료를 퍼붓게 됐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크고 멋진 감세를 약속했는데 약속을 확실히 지켰다”며 자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세제 개혁으로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 2%에서 3%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기업이 감세로 얻은 추가 이익을 임금으로 더 많이 지급하거나 설비에 투자해 생산성이 올라가는 낙수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설명이다.
영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국들도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앞으로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법인세 부담을 최대 10%포인트가량 줄여줄 방침이다.
한국 정부의 세계적 흐름에 어긋난 세제 정책에 국책연구원조차 부정적인 반응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조세동향’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전체 세수(稅收)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1.2%까지 상승했다가 2014년에는 8.8%로 떨어졌다. 조세재정연구원은 “OECD 회원국의 전체 세수 중 노동과 소비에 대한 세 비중은 확대되고 기업에 대한 세금 비중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날 기업은 77곳으로 기획재정부는 추정했다. 이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2조3000억 원 정도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추정한 추가 부담 금액은 1조 원이 더 많은 3조3538억 원 규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경영학)는 “양국 법인세율이 역전됐다고 해서 한국에서 당장 철수를 하진 않겠지만 새로운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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