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29명의 사망자를 낸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을 방문해 수습 상황을 보고받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유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하소연에 문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후 2시경 민방위복 차림으로 화재 현장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현장 관계자들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았다. 제천소방서 윤종택 화재구조과장의 설명을 들으며 스포츠센터 건물 앞까지 이동한 문 대통령은 “(사고 지점이) 여깁니까”라고 물었다. 탄 냄새가 자욱하고 깨진 유리 조각들이 도처에 있는 현장에서 문 대통령은 말을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고가차가 못 왔다고 하던데요”라고 물었고 현장 관계자들은 “고가차는 3%의 경사만 있어도 전도될 수 있어 못 들어온다”고 답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건 나중에라도 고쳐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건물 화재로 그토록 많은 분이 희생당했다는 게 정말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을 떠난 문 대통령은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제천 서울병원 명지병원 제일장례식장 등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이 빈소에 들어서자 한 여성은 격앙된 목소리로 “소방관들에게 책임을 물어요. 뭘 와서 얘기를 듣겠다고 서 있는 거예요. 지금”이라고 오열하며 주저앉았다. 다른 한 유가족은 “우리나라 안전시스템이 나아진 게 뭡니까. 2층 통유리를 깼으면 사람들이 많이 살았을 텐데 밖에서 물만 뿌린 것 아닙니까”라고 하소연했다. 유가족들은 “죽여 놓고 오면 뭘 합니까” “초기 대응만 잘했어도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지는 않았을 겁니다” “사우나에 있던 사람들이 옷까지 갈아입고 구조만 기다리는데 다 죽었잖습니까”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굳은 표정의 문 대통령은 빈소를 일일이 방문해 유가족들의 사연을 듣고 조의를 표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유가족 대표들과 약식 간담회를 가졌다. 유가족들은 “이런 재난의 경우 대응 매뉴얼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인가? (문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인) ‘나라다운 나라’가 말만이 아닌 제대로 된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참으로 황망한 일이 발생했고 대통령으로서 참담함을 느낀다. 범정부 차원으로 이번 사고의 원인과 대응 과정을 철저하게 살피고, 비록 사후적이지만 한이라도 남지 않도록 이번 사고를 조사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방문에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각각 화재 현장과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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