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총장 “그 시대 산 우리 이야기” 李청장 “인권 경찰 구현 노력”
‘독재 타도’ 장면서 눈물 쏟기도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이 28일 한자리에 모였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그린 영화 ‘1987’을 보기 위해서다. 네 사람이 한꺼번에 만난 것은 처음이다.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영화관에 나란히 앉은 네 사람은 영화가 끝난 오후 8시 10분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영화에 집중했다. 김 장관과 이 청장은 영화 마지막 부분 대학생들이 서울 명동 일대에서 최루탄 가스를 뒤집어쓴 채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는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쏟았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5분가량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영화엔 1987년 민주화 운동을 하던 서울대 학생 박종철 씨가 경찰 조사 도중 ‘탁 치니 억 하고’ 사망했다는 당국의 발표가 고문치사를 숨긴 조작이었다는 동아일보의 연쇄 특종 보도가 나온다. 동아일보는 1987년 1월 16일자 사회면 머리기사로 ‘대학생 경찰 조사받다 사망’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또 같은 해 1월 19일자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은 ‘물고문 도중 질식사’였다. 당시 대통령정무수석은 동아일보 편집국장에게 전화를 해 “귀지(貴紙)가 이겼어. 진상을 밝히기로 결정했어”라고 말했다. 민주화의 분수령이 된 특종은 6월 민주항쟁을 거쳐 대통령 직선제로 이어졌다.
박 장관은 영화 관람 후 “민주주의가 약화됐을 때 국가권력의 폭력성, 잔인성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영화에서 시위대가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을 거론하며 “애국가를 괄시하지 않으면 좋겠다. 보수건 진보건 우리 공동체를 회복시켜 준 게 애국가”라고 강조했다. 또 “태극기가 그때도 귀한 상징이었다. 보수 진보가 집회 때마다 그리 하는 걸(태극기를 놓고 갈등 빚는 상황을) 바꿨음 좋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이야기다. 당시 민주화는 거대담론이었는데 지금은 민주화를 세밀하게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청장은 “과거 (경찰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성찰해서 경찰도 시대에 맞는 인권 경찰을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네 사람의 동반 영화 관람은 법무부 측 제안으로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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