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에 17년째 보관… 신학철 작가 등 줄곧 반환요구
법무장관 “국립미술관 위탁 관리”
대법원에서 이적표현물이라는 판결이 내려져 몰수됐던 신학철 씨(73)의 그림 ‘모내기’(사진)를 법무부가 국립현대미술관에 위탁관리 방식으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9일 신년 특별사면 브리핑에서 “서울중앙지검은 2001년 3월 ‘영구보존’ 결정 이후 약 17년간 별도 처분 없이 ‘모내기’ 그림을 보관해왔지만 보관 장소 및 방법이 적절치 못해 작품이 일부 훼손돼 적절한 처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또 “유엔 인권이사회는 2004년 3월 우리 정부에 ‘모내기’ 그림 반환을 권고했고 신 씨와 민족미술인협회 등도 반환 요구를 계속해왔다. 정부는 이번 ‘모내기’ 그림 처분 방안 검토를 통해 국제사회의 권고, 문화예술계 요구, 사회적 관심과 논란을 합리적 방향으로 매듭짓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번 조치가 ‘모내기’ 그림을 위탁 보관하는 것일 뿐 전시를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모내기’는 신 씨가 1987년 그린 작품이다. 그림 아래쪽에는 농부들이 외세를 상징하는 코카콜라와 양담배 등을 바다로 쓸어 넣는 장면이, 위쪽에는 풍년을 경축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검찰은 이 그림이 북한을 찬양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1989년 신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1999년 신 씨에 대해 징역 10개월을 선고유예하면서 ‘모내기’ 그림도 몰수하도록 했다.
이 그림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신 씨에게 반환하거나 국립현대미술관에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법원이 재심 재판을 열어 기존 판결을 무효화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서울중앙지검은 법무부의 지시로 ‘모내기’ 그림의 반환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달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이유로 반환이 불가능하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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