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너무 빨리 많이 올려… 되레 고용 파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30일 03시 00분


본보, 중기인-학자 고용노동 좌담회

28일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직무대행,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윤장혁 화일전자 대표이사, 김용석 동아일보 산업부 차장(왼쪽부터)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좌담회를 갖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8일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직무대행,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윤장혁 화일전자 대표이사, 김용석 동아일보 산업부 차장(왼쪽부터)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좌담회를 갖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 노동시장과 기업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감소와 중소기업 경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해를 앞두고 동아일보는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직무대행,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윤장혁 화일전자 대표이사와 국내 고용노동 문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새해부터 반영된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윤장혁=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을 목표로 빠르게 올리고 있는데 그 목표의 근거가 뭔지 묻고 싶다. 2007년과 비교하면 내년 최저임금(7530원)은 116% 올랐다. 최근 10년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올릴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불명확하다. 지방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느라 추가 비용이 드는데 이 비용은 최저임금에 반영이 안 된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보면 내년, 후년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곳이 많다. 그나마 여력이 없는 곳은 문 닫아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조준모=올리는 방향성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렇게 많이 올릴 줄은 몰랐다. 자영업 비중 등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해 전문가들이 인상 폭이나 산입 범위에 대해 과학적 논의를 하고 가이드라인을 줘야 했다. 정치적 프로세스를 객관화하는 과정이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매달 주는 상여금만 최저임금에 산입하자는 안을 냈는데 같은 내용의 대법원 판례가 이미 있다. TF안은 그 판례를 담은 것에 불과하지 산입 범위를 새로 늘린 게 아니다.

▽김승택=5월 대통령선거 당시 주요 후보가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다. 그 방향성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문제는 속도와 규모다. 성장률 3%대를 이룬 시점이라고 보면 지금이 적기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우려는 중소기업, 자영업자인데 사업을 접을 정도로 어렵다는 게 사실이라면 지금 정부의 지원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모니터링(관찰) 결과 악영향이 크다면 대책이 나와야 한다.

―내년에 논의될 후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

▽김=시장 사정을 잘 관찰하고 완급 조절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조=데이터 분석은 없지만 직관적으로 봤을 때 16.4% 인상은 고용 파괴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우려가 있어 심각하다. 인상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1만 원 인상 목표 시점을 3년 뒤가 아니라 5년 뒤로 해 연착륙을 주문하고 싶다.

▽윤=당연히 매년 인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2, 3년 모니터링하면서 이번 인상의 영향을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조=최저임금을 올려 한계 자영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주가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해 보면 너무 가혹한 얘기다. 고용 파괴는 소득 주도 성장 목적에도 위배된다.

―근로시간 단축도 뜨거운 화두다. 기업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윤=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타격이 큰 게 근로시간 단축이다. 최근 신세계가 근로시간 단축 계획을 발표했는데 대기업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다. 업종상 24시간 돌려야 하는 공장이나 당장 2교대를 3교대로 바꿔야 할 공장은 치명타를 입는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임금이 줄어드니까 근로자도 이를 바라지 않는다.

▽김=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총론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이 어려운 이유는 ‘사람을 못 구해서’가 맞다. 그렇다면 이 부분을 정부가 어떻게 할 건지, 외국인 근로자를 늘려주거나 구직 알선을 시켜줄 것인지 여러 방안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입법부는 연착륙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

▽조=2015년에도 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논의하고 있다. 2년 전 논의를 성숙시켜 국회가 법안으로 만들었다면 훨씬 더 나은 안이 나올 수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의 중요한 화두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이다.

▽윤=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이후 중소기업 연착륙을 위해 돈을 지급하기보다는 자동화 설비를 지원한다든지, 스마트 공장으로 생산성을 늘리는 방법 등 시스템 도입을 지원해줘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의 해법은….

▽김=정말 개선해야 할 문제다. 급격한 노동정책이 나온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크니까 이런 이중 구조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것으로 본다. 이중 구조를 어떻게 해소해 나가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고용정책의 기조를 부드럽게 가져갈 수 있다.

▽윤=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의 지지 기반은 대다수가 대기업 노조다. 근로자의 85%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인데 이들의 목소리는 아무도 대변해 주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너무 커진 데는 대기업 노조 같은 상위의 이기주의가 원인 아닌가.

▽조=지금 시대에 ‘노동자는 다 약자’라는 관점은 곤란하다. 노동을 보호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이 자칫하면 대기업 고임금 정규직 등 이른바 ‘노동1’을 배불리고 중소기업, 자영업, 비정규직 등 ‘노동2’를 희생시키는 ‘노동 부익부 빈익빈’으로 이어지면서 정부 의도와 달리 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진행=김용석 산업부 차장·정리=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최저임금#문재인 정부#근로시간 단축#중소기업#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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