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 “평창에 대표단 파견 용의” 대화 제안
美 겨냥 “핵단추 내 책상위에… 본토 타격 가능” 압박
한미동맹 흔들기… 靑 “대화 용의” 트럼프 “지켜보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새해 첫날부터 “핵 단추가 내 책상 위에 있다”며 미국을 압박했다. 반면 한국엔 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해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한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듯하면서 고조되고 있는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기 위해 한미 동맹 간 균열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1일 신년사에서 “미국 본토 전역이 우리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며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것, 이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력하고 믿음직한 전쟁 억제력을 보유하게 됐다”며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데 이어 ‘대미 전쟁 억지력 확보’를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은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을 대량 생산, 실전배치 사업에 박차” “즉시적인 핵반격 작전태세 유지” 등 미국과 대등한 핵전력을 갖추기 위해 핵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한국엔 지난해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 김정은은 “올해를 민족사에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야 한다”고 말한 뒤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에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핵폭주를 이어가며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안에 응하지 않다가 돌연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낸 것은 새해 벽두부터 한미 동맹을 흔들고 올해 한반도 판세를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김정은의 제안에 일단 청와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평창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와 화합에 기여할 것이다. 청와대는 그간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이라면 시기 장소 형식에 구애됨 없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정은 신년사에 공식 논평을 낸 것은 처음이다. 2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 키리졸브의 연기 결정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현지 시간)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 있다”는 김정은의 신년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지켜보자(We‘ll see)”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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