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사학비리 척결’ 이행에 나섰다. 개별 사립대에 대한 회계감리 주기를 현재 15년에서 5년으로 대폭 줄이고, 사학기관 회계감리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감리 기능을 강화해 사립대 회계 처리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사립대 목줄죄기’에 나선 것이다. 사립대들은 “정부가 일부 사학비리를 트집 잡아 모든 사립대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전방위적으로 감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사학기관(사립대 및 사립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에 대한 회계 감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학기관 외부 회계감사 감리에 관한 고시’를 최근 제정해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사학비리 근절’ 방안 가운데 하나다.
회계감리는 외부 회계법인이 사학기관을 상대로 실시한 회계감사가 각종 규정에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절차다. 대학으로선 두 번 감사를 받는 셈이다.
교육부는 먼저 감리 주기를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전국에 감리 대상인 사학기관은 300여 곳이다. 매년 감리가 이뤄지는 기관은 20여 곳에 불과해 감리 주기가 사학기관 한 곳당 대략 15년에 달했다. 교육부는 매년 감리 대상 기관 수를 60곳 수준으로 늘려 감리 주기를 5년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감리 수행을 위해 교육부 장관 자문기구인 사학기관 회계감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공인회계사, 변호사, 공무원 등으로 구성되는 위원회는 감리 수행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고, 감리 결과 문제점이 드러나면 처리 방법을 의논하게 된다.
정부가 회계 감리를 강화하는 것은 일부 사립대와 법인의 회계 부정 사건 때문이다. 정부가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발족한 사학혁신추진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수도권의 한 사립 전문대를 특별 조사한 결과 법인 관련 소송비용을 교비회계로 부당하게 집행했다. 또 불투명한 업무추진비와 경조사비 등 대학과 법인 전반에서 회계 부정이 드러났다. 교육부는 법인 이사장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총장을 상대로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 서남대는 설립자가 교비 330억 원을 횡령하는 등의 문제로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다음 달 폐교를 앞두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리 주기를 앞당기는 등 감리 강화를 통해 외부 감사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것을 방지해 사학기관들의 회계처리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리에 대한 부담이 커진 사립대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방만하게 운영하거나 법인이 전횡을 일삼는 사학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모든 사립대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감리를 확대하는 것은 대학에 ‘이중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 교육부, 회계감리 강화 방안
①사학기관 회계감리 주기 15년→5년 ②매년 감리 대상 사학기관 20곳→60곳 ③감리 수행 위한 자문기구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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