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재협상-파기는 부담 커… “日 추가조치 압박용” 분석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5일 03시 00분


[文대통령 위안부합의 첫 사과]내주 입장 발표 앞두고 고심

“정부가 최선… 마음 편히 가지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안 듣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제공
“정부가 최선… 마음 편히 가지세요”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안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정부가 할머니들의 의견을 안 듣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문재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일 외교 관계를 고려해 위안부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까진 요구하지 않을 거란 기류가 강했지만 지난해 12월 합의 재검토 태스크포스(TF) 발표 후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며 위안부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후속 조치까지 주문했다. 다만 청와대는 당시 “합의 무효화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당국자들 역시 문 대통령이 상황의 심각성을 표현했다는 수준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4일 돌연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를 파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파기나 재협상 등까지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도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위안부 합의 과정의 문제점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국가 간 합의 파기에 따른 국가 신뢰도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공식 합의’인지 성격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재협상이나 파기로 가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우세하다. 당장 재협상을 하려면 일본과 위안부 합의 자체의 법적 정당성 다툼을 벌여야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mm도 움직일 수 없는 합의”라고 밝힌 상황에서 단기간에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남북관계 복원을 놓고 미국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는 상황에서 한일 공조까지 휘청거리면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로선 당장 다음 달 평창 겨울올림픽에 아베 총리를 초청할 계획인 데다 올봄 개최를 목표로 한중일 정상회담 논의가 3개국 사이에 오가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가 얼어붙는 것도 부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강 장관 발언에 대해 “여러 가능성이 있다는 수준으로만 이해해 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일본을 겨냥한 ‘압박용 카드’로 재협상이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합의 후속 조치를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일단 ‘가장 센 카드’부터 예고해야 이후 상대국이 받을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국내 여론의 반응이다. 정부는 위안부 이슈라는 과거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이라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겠다는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일본에 요구할 ‘추가 조치’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일본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 추가 조치를 따로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완전 재협상이 아닌 ‘맞춤형’ 추가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방한을 추진하는 것도 한일 관계를 풀 해법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왕이 한국을 다녀간다면 일본 내 혐한 감정이 많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왕이 홍릉(고종과 명성황후의 능)을 방문해 명성황후의 묘에 꽃 한 송이 바치며 ‘안타까운 일’이라고만 언급해도 한일 간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일왕의 방한 여부는 일본 정부가 결정하는데 아베 총리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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