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고위급 당국회담을 위한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선 가운데 양측 수석대표가 ‘조명균 통일부 장관-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라인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두 사람의 성향이나 협상 스타일이 서로 달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주로 대북 경제협력 일을 해온 조 장관과 군 출신인 리 위원장이 회담장에서 만난 적은 없다.
대북통인 조 장관의 별명은 ‘돌부처’다.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어 속내를 읽기 어렵다는 평이 많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현직 시절 통일부 직원들에게 조 장관을 가리켜 “상대방의 말을 계속 듣고, 아무 말 없다가 순간 허점을 찌르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상대방의 예봉을 피하면서 원하는 안들을 단계적으로 관철해 나가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와 달리 리 위원장은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라고 한다. 2011년 2월 남북 군사실무회담 때 오전만 해도 원만히 협상을 하다 오후에 돌연 남측을 맹비난한 뒤 퇴장한 적도 있다. 2010, 2011년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로 북측 리 위원장을 상대했던 문상균 전 국방부 대변인(예비역 육군 준장)은 “대남 강경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빼닮은 ‘대남 협상꾼’으로 밀고 당기기와 판 뒤집기, 기선 제압 등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압박하는 협상 전술이 능수능란하다”고 평가했다.
과거 군사회담과 성격은 다르지만 이번 고위급 회담도 김영철이 배후에서 기획하고 리 위원장이 무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전 대변인은 “2011년 회담에서 판을 깨라는 지시를 받은 그가 포커페이스를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속내를 드러냈다”며 “리 위원장의 이런 속성을 간파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냉철히 대응해야 우리가 회담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회담 의제를 놓고서도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마주 앉아 우리 민족끼리 북남관계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 나가야 할 때”라고 밝힌 만큼 평창만으로 의제가 제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놓고 아직 남북 간 의견 교환은 없었지만 평창 외 이슈로는 영·유아 보건 지원 같은 인도주의적인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사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협의할 수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 취소 및 중단은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군사훈련 취소 및 중단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남북대화와 북핵 문제, 한미동맹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리 위원장을 겪어 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나 미군 전략자산 배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조건을 걸어도 흔들려선 안 된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한미동맹 전선을 와해하려는 김정은의 노림수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