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허점 찌르는 ‘돌부처’… 상대 기선제압 능한 ‘핏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5일 03시 00분


좁혀진 남북 고위급 회담 파트너

2010년 9월 30일 판문점 군사실무회담에서 당시 대좌였던 북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왼쪽)과 문상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동아일보DB
2010년 9월 30일 판문점 군사실무회담에서 당시 대좌였던 북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왼쪽)과 문상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 동아일보DB
남북이 고위급 당국회담을 위한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들어선 가운데 양측 수석대표가 ‘조명균 통일부 장관-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 라인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두 사람의 성향이나 협상 스타일이 서로 달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주로 대북 경제협력 일을 해온 조 장관과 군 출신인 리 위원장이 회담장에서 만난 적은 없다.

2003년 6월 14일 판문점 인근 경의선 철도 연결 행사 후 당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병칠 당시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국장.
2003년 6월 14일 판문점 인근 경의선 철도 연결 행사 후 당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김병칠 당시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국장.
대북통인 조 장관의 별명은 ‘돌부처’다.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어 속내를 읽기 어렵다는 평이 많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현직 시절 통일부 직원들에게 조 장관을 가리켜 “상대방의 말을 계속 듣고, 아무 말 없다가 순간 허점을 찌르는 스타일”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상대방의 예봉을 피하면서 원하는 안들을 단계적으로 관철해 나가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이와 달리 리 위원장은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이라고 한다. 2011년 2월 남북 군사실무회담 때 오전만 해도 원만히 협상을 하다 오후에 돌연 남측을 맹비난한 뒤 퇴장한 적도 있다. 2010, 2011년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로 북측 리 위원장을 상대했던 문상균 전 국방부 대변인(예비역 육군 준장)은 “대남 강경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빼닮은 ‘대남 협상꾼’으로 밀고 당기기와 판 뒤집기, 기선 제압 등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압박하는 협상 전술이 능수능란하다”고 평가했다.

과거 군사회담과 성격은 다르지만 이번 고위급 회담도 김영철이 배후에서 기획하고 리 위원장이 무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전 대변인은 “2011년 회담에서 판을 깨라는 지시를 받은 그가 포커페이스를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속내를 드러냈다”며 “리 위원장의 이런 속성을 간파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냉철히 대응해야 우리가 회담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회담 의제를 놓고서도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북과 남이 마주 앉아 우리 민족끼리 북남관계 개선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그 출로를 과감하게 열어 나가야 할 때”라고 밝힌 만큼 평창만으로 의제가 제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놓고 아직 남북 간 의견 교환은 없었지만 평창 외 이슈로는 영·유아 보건 지원 같은 인도주의적인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사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협의할 수 있는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 연합 군사훈련 취소 및 중단은 테이블에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이 군사훈련 취소 및 중단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남북대화와 북핵 문제, 한미동맹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리 위원장을 겪어 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이나 미군 전략자산 배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조건을 걸어도 흔들려선 안 된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한미동맹 전선을 와해하려는 김정은의 노림수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북한#남북 고위급 회담#조명균#리선권#남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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