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43)이 8일 한국을 방문한다. 전용기 편으로 이날 오전 9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칼둔 청장은 오후 3시 비공개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뒤 10일 새벽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양국 2인자 간 핫라인 구축’에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출국 전 문재인 대통령, 임 실장과도 면담할 것으로 보인다. 칼둔 청장과 친분이 있는 정치권 인사는 “국회의장 면담 일정이 오전에서 오후로 늦춰지면서 배석자 없는 비공개로 바뀐 것으로 안다. 빠듯한 일정인데 국회와 협의할 일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칼둔 청장은 UAE 왕실이 비(非)왕족 중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는 왕세제 가문과 아버지 대(代)부터 이어온 신뢰 관계 덕분이다. 칼둔 청장의 아버지는 1971년 당시 6개 토후국이 UAE로 연합하는 과정에서 무함마드 왕세제의 아버지인 자이드 빈 술탄 알 나하얀 초대 대통령을 도와 UAE 건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프랑스 대사로 파견됐던 칼둔 청장의 아버지가 피살되자 15세 차이인 왕세제가 칼둔 청장을 친동생처럼 보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칼둔 청장은 UAE 경제를 지탱하는 아부다비의 행정 총책임자이자 UAE원자력공사(ENEC·원전사업 발주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한국이 수주한 바라카 원전 등이 아부다비에 속해 있고 이를 총괄하는 사람이 칼둔 청장이다. 2009년 12월 한국과의 원전 계약서에 서명한 것도 그다. 칼둔 청장은 무함마드 왕세제의 동생인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부총리가 사들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FC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칼둔 청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형제’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2009년 우리 정부의 UAE 원전 수주 때부터 한국과 UAE를 오가며 수차례 만남을 이어 왔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인 2014년 칼둔 청장이 방한했을 때도 이 전 대통령과 따로 오찬을 함께했다. 이번 방한 기간엔 아직 이 전 대통령과 만나는 일정은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 측 인사들은 그를 ‘능력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로 기억한다. 이명박 정부 지식경제부 차관과 박근혜 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칼둔 청장에 대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며 쾌활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 왕세제 주변 사람 중에 가장 유능한 인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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