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될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이 7일 확정됐다. 하루 뒤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양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중심으로 양옆에 차관급 등 인사가 2명씩 앉아 첫마디를 나누게 된다.
○ 남북회담 베테랑들 간의 만남
정부는 7일 오전 판문점 채널로 업무 개시 통화를 나눈 뒤 북한으로부터 회담 대표단 명단을 받았다. 수석대표인 리 위원장 외에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이상 차관급), 황충성 조평통 부장(국장급),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 등 5명이다. 통일부는 “북한이 정부 대표단에 균형을 맞춰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날 정부는 조 장관 이하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을 대표단으로 선정했다.
‘돌부처’ 스타일의 조 장관과 상대를 기선 제압하는 능력이 뛰어난 리 위원장이 각각 이끄는 대표단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린다.
남북회담 전문가로 꼽히는 천 차관은 논리적이고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통일부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2006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관련 실무접촉 등은 물론이고 2014년 10월 당시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인천을 방문했을 때도 한국 측 대표로 참석했다.
천 차관의 상대인 전 부위원장은 북측 단골 회담 대표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남북 각급회담에 참여한 횟수만 17차례다. 1992년 사망한 전인철 북한 외교부 부부장의 아들로 ‘남북 문제 금수저’라 할 만하다. 과거 회담에서 전 부위원장을 만난 한 고위 당국자는 “인상의 처음과 끝은 차분하고, 행동도 가볍지 않고 절제돼 있는 편이다. 질문하면 말이 짧고 잠시 생각하고 답변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협상 스타일이 사뭇 다른 수석(리 위원장)과 차석의 역할 분담이 점쳐진다.
○ ‘민족적 사변의 해’ 기리려 조직 신설했나
체육 고위급 대표 노 차관과 북측 원 부상은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 파견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좌장인 리 위원장이 대표단 파견 규모 등 말길을 열면 이동 동선, 예상 참가 종목 등 구체적인 제안들이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원 부상은 2013년 일본 언론에 마식령스키장 건설 현장을 공개하면서 “남북 공동으로 (올림픽을) 주최하면 뜻깊을 것”이라며 평창 분산 개최를 주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문체부에 해당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빠지고 체육성 인사로 대체된 게 아쉽다는 평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평창 올림픽 전에 무리하게 남북관계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을 포괄적인 의제로 내놓게 되면 정작 올림픽을 제대로 논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이 평창에 보낼 대표단을 집중 논의하는 장으로 이번 회담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라는 생소한 조직도 눈에 띈다. 홍 실장은 “민족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올림픽 상설기구가 있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이 어렵다. 다만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정권 수립 70주년과 함께 올림픽 개최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가리킨 만큼 새롭게 조직을 구성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적극 협력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요구도 가능
한편 군 일각에선 북한이 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을 보내는 조건으로 우리 측에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우리 군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틀 만인 2016년 1월 재개한 최전방 전역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비무장지대(DMZ) 내에서의 대표적인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올림픽 기간에 멈추지 않으면 대표단 파견도 없다는 식으로 회담의 판 자체를 엎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시작이라며 올림픽 기간에 1차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멈추게 한 뒤 올림픽 폐막 이후에도 방송 중단을 이어가게 하는 단계적 전략을 수립하고 회담장에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 회담 결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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