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CCTV로 지켜봐… 北은 음성만 전송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3시 00분


[9일 남북 고위급회담]서울-평양 수뇌부 사실상 ‘원격 회담’
南 ‘안방’ 이점 살려 실시간 체크… 윗선 지시 기다리느라 정회도 잦아

9일 남북 고위급 당국 회담은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다. 평화의집은 공동경비구역(JSA)에 설치된 한국 측 회담용 건물이다.

한국의 ‘홈그라운드’인 만큼 협상 과정에서 얻는 이점도 있다. 일단 폐쇄회로(CC)TV를 통해 회담장에서 나누는 대화는 물론이고 회담 장면을 남북회담본부 상황실과 청와대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CCTV는 줌인, 줌아웃 등 카메라를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 대표의 표정 변화 하나까지 관찰이 가능해 더 신중하고 꼼꼼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북측은 회담장 내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없다. 그 대신 북측 상황실에서 회담장 대화를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북측 상황실은 회담장 음성을 실시간으로 평양에 전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장 인근 남북 상황실에는 각각 상대의 도청 시도를 막아낼 수 있는 비화(秘話) 전화기와 팩스가 설치돼 있다. 정부 소식통은 “과거엔 북측 관계자들이 회담 내내 수시로 평양을 오가며 상황을 전달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남북 접촉에선 회담 시간보다 정회 시간이 더 긴 적이 많았다. 예상치 못한 의제가 튀어나오거나 민감한 의제를 다룰 때면 각자 청와대와 평양 주석궁에서 ‘훈령’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2015년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 대표단은 ‘무박 4일’ 동안의 마라톤협상 끝에 북측은 ‘목함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측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같은 해 성사된 남북 적십자 실무자 접촉도 23시간 20분에 걸친 ‘무박 2일’ 협상으로 진행됐다.

북측은 회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의도적인 ‘시간 끌기’ 전술을 꺼내 들기도 한다. “윗선의 승인을 받는다”는 이유로 남측 대표단을 초초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2007년 장성급 군사회담에선 공동보도문에 잠정 합의하고도 북측이 평양의 최종 결재를 받아야 한다며 5시간 넘게 최종 합의를 늦추기도 했다. 남북 회담 경험이 많은 전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일부러 일정을 지연시켜 우리를 지치고 조급하게 만드는 사례가 많았다. 북측의 핵심 전략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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