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개헌 투표를 함께 하려면 3월 정도에는 (국회 개헌안) 발의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며 사실상 국회에 ‘마감 시한’을 통보했다. 국회 합의가 안 되면 정부 자체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개헌이 새해 초 정국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文, “소신은 4년 중임제지만 주장은 안 해”
문 대통령은 회견에 앞서 신년사에서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투표를 하려면 적어도 세금 1200억 원을 더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도 “국회 개헌특위 논의가 2월 정도 합의를 통해 3월쯤 발의가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국회 논의를 지켜보면서 기다리겠다. 그러나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에 대한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 나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기 때문에 개헌안들은 다 나와 있다. 그 가운데서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모으면 된다”며 미룰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개헌의 폭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회가 의지를 가지고 정부와 협의가 된다면 최대한 넓은 개헌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합의가 되지 않고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게 된다면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권력구조 개편 등 민감한 부분까지 포함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방 분권 등 여야 이견이 없는 분야로만 ‘핀셋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하지만, 제 소신을 주장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 상황에 따라 이원집정부제 등 다른 권력구조도 못 받아들일 것 없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여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도 “권력분산형으로 가더라도 대통령제 체제를 유지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으나 만약 선거구제 개편 등이 같이 논의가 된다면 다른 권력구조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강한 개헌 의지를 밝혔지만 개헌 투표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우선 여소야대의 국회가 관건이다. 개헌안 의결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야당이 반대하면 무산될 수밖에 없다. 일정도 촉박하다. 개헌은 ‘개헌안 공고(20일 이상)→국회 의결(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국민 투표(의결 30일 이내)’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 野, “개헌을 지방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며 반발
문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에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회 개헌안 발의 주문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지만 야당은 개헌안 내용과 시기를 문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야당과 적극 협의해 2월 내 국민 개헌안을 만들어 6월 개헌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좌파 사회주의 경제체제로의 개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6월 지방선거, 국민투표 동시 실시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개헌 시점을 못 박는 것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협박이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지방선거에 이용하지 말고 국민 모두와 함께 개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이행자 대변인은 “대통령의 개헌 언급은 환영하지만 권력구조 개편이 없는 개헌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의회 주도의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을 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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