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급물살]“文대통령이 美에 매우 감사해해”
올 첫 국무회의서 외교성과 강조… ‘北과 전쟁’ 질문에 “없다” 단언
文대통령, 북핵외교 입지 넓히려 트럼프 공 치켜세워 ‘주파수 맞추기’
美, 北접촉 뉴욕채널 가동할듯… 펜스-최룡해 평창 회동 가능성도
10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백악관. 올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은 엄청난 성과를 낸 해였다”고 운을 뗐다. 규제혁신과 세제개혁, 낮은 실업률 등 지난해 성과를 언급하면서도 팔짱을 끼고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로 화제를 넘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로소 팔짱을 풀고 카메라를 응시하며 “문 대통령이 우리(미국)가 북한에 해온 것에 대해 매우(very) 감사해했다”고 두 차례에 걸쳐 또박또박 힘줘 말했다.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 “매우매우 좋았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 번 “우리의 태도(attitude)가 없었다면 그것(남북 대화)은 결코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남북 대화 공로 부각 나선 트럼프
한미 정상 통화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첫 번째 해외 이슈였다.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남북회담 재개로 무르익고 있는 대화 분위기를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가장 먼저 앞세운 셈이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 상황이) 어디로 이를지 누가 알겠나. 남북 대화가 우리나라(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성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3시간이 지난 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의 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선 발언의 강도가 더욱 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쟁은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없다(No). 나는 전쟁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지난해까지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나는 미래 일을 먼저 말하지 않는다. 지켜보자”고 해왔던 트럼프다. 실제로 8일 전 김정은의 신년사에 “내 핵 단추는 (김정은의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하며 실제로 작동 가능하다”고 트위터를 날렸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태도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달라진 태도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국면 전환이 자신의 공로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김정은과 거친 말 폭탄을 주고받는 자신의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 북한을 남북 회담과 평창 올림픽 참가로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두 차례의 전화 통화를 통해 “남북 대화로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이끌겠다”고 설득하며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킨 것도 이런 언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입장이 일단 대화로 큰 흐름이 바뀐 건 분명하다. 남북 대화를 지켜보면서 북한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할지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 눈에 띄게 트럼프와 주파수 맞추는 문 대통령
문 대통령도 미국과 한층 거리를 좁히며 트럼프 대통령과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대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여가 어느 정도인지 말해 달라’는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질문에 “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미 정상 통화에선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성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원칙과 협력 덕분”이라고 했다. 하루에만 두 차례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로를 치켜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공로를 부각하면서 한미 공조를 더욱 강조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끌어내야 북핵 외교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본 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대화 성사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할 뜻을 밝혀 달라”고 기습 제안해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외교소식통은 “군 당국 차원에서 논의되던 훈련 연기를 정상 차원의 발표로 이끌어낸 것이 북한의 조속한 고위급 회담 수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북-미 접촉이 어떻게 구체화할지도 관심이다. 가장 유력한 창구는 뉴욕 채널이다.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를 중심으로 만나는 이 채널을 통해 양국은 당국 간 직접 접촉이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뉴욕 채널로 의사를 교환해온 걸로 안다. 1, 2주 안에 어떤 식으로든 자리를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에 북-미 고위급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평창에 파견하기로 한 가운데 북한 역시 고위급 대표단에 ‘2인자’인 최룡해 당 조직지도부장을 파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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