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눌러봐야 편법만 늘어” “비정상적 양극화 바로잡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3일 03시 00분


심리-사회학자들이 본 ‘강남 집값 상승’
“주택 가격 양극화는 세계적 현상… 非강남권 박탈감 해소대책 필요”

“부동산 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겠나.”

“강남 집값 폭등은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심리·사회학자들은 강남 집값 상승이 세계 주요 도시와 맥을 같이하지만 사회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
곽금주 서울대 교수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강남 집값 상승을 억지로 누르려 하면 오히려 편법이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만 봐도 그래요. ‘안 된다’고 막으면 더 하고 싶어 하죠. 일종의 반발 심리인데요. 결국엔 몰래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강남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라는 것이다.

최근 강남 집값이 들썩이는 건 사회 불안 심리를 보여준다고 곽 교수는 해석했다. 불확실한 미래에 강남 주택을 보유하면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곽 교수는 “강남을 향한 부동산 규제 대책이 강화될수록 강남 진입장벽은 더 높아지고 ‘반(反)강남’ 정서만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일부 지방에선 돈을 번 이들이 강남 주택을 구입하며 만족감을 찾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방에 있는 집 10채보다 강남 한두 채를 구입하는 게 낫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양상이다. 고가 주택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성공한 자산가로 인정해주는 ‘트로피 자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곽 교수는 “최근 강남 주변에서 며칠 새 집값이 1억∼2억 원이 올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주택가격의 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라면서도 비강남권의 심리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명진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에서 극소수가 좋은 곳을 차지하는 ‘불평등’은 이미 일반화됐다”며 “교육, 교통 등 다양한 인프라를 갖춘 강남 선호 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또 이 교수는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건 지역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주택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을 조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
설동훈 전북대 교수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 역시 “국민이 강남을 보는 가치가 달라졌다”면서도 “현 정부가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남 진입을 원하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만큼 강남 다주택자 등을 상대로 한 추가 대책을 단계별로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강남#집값#부동산 대책#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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