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권력기관 개혁안’ 발표]‘대공수사 30년’ 전직 요원 우려
“서훈 원장도 대공수사 능력 인정… 과거 밉다고 안보 뿌리 뽑아서야”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대공수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기관은 국가정보원’이라고 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를 결정한 청와대의 의도를 모르겠다.”
30년 가까이 국정원 대공수사 요원으로 일한 전직 직원 A 씨는 14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서 원장은 지난해 5월 29일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이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한 생각을 묻자 “국정원이 언제까지나 영원히 수사권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가장 훌륭한 (대공수사) 역량을 갖고 있다”고 두 차례 답했다.
A 씨는 “북한 대남공작 부서인 정찰총국, 문화교류국이 간첩 공작을 전개하면서 극복하지 못한 상대가 바로 국정원 대공수사국”이라고 했다.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을 경찰에도 보안수사대가 있지만 검거 실적에서 양적, 질적으로 국정원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 A 씨 주장이다. 그는 “2000년 이후 검거된 간첩이 100명이라고 하면 국정원이 90명 넘게 검거했다. 경찰은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나 밀입북 탈북민 사건을 주로 수사하지 ‘고첩’(고정간첩)이나 직파간첩 검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대공수사는 ‘밀행성’을 원칙으로 관련자 신원이 명확하지 않은 첩보를 입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국내 장기 체류 중인 미 시민권자가 북 공작 조직과 연계 활동 중’ 정도다. A 씨는 “1990년대 이후 간첩들은 제3국에서 국적을 취득해 침투하거나 해외에서 국내 고첩을 만나 활동 지침을 하달한다. 해외 정보 수집 능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A 씨는 대공수사에서 정보 수집과 수사를 분리하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간첩은 회합이나 공작금 수령 명목으로 잡아야 하는데 수사권이 없는 정보요원은 현장을 덮치지 않고 사무실로 들어와 보고서를 쓰고, 수사팀은 직접 모은 증거가 아니란 이유로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청 산하에 신설되는) 안보수사처가 어떻게 꾸려질지 모르겠으나 국정원은 정보 출처 보안을 우려해 첩보 제공을 꺼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A 씨도 정치적 중립을 저버린 국정원의 과오는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대공수사가 아니라 조직관리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과거가 밉다고 나라를 지키는 뿌리를 걷어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후배들도 과거 간첩 증거조작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제도로 보완해야지 증거조작을 이유로 없애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청와대 발표 직후 동아일보에 “대통령 공약대로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며, 공백 없이 잘 이관되도록 최대한 뒷받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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