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이 저지른 과거사 반성에는 인색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동유럽 순방 중 ‘일본판 신들러’로 불리는 자국 외교관의 기념관을 찾아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내로남불’ 장면을 연출했다.
발트해 및 동유럽 6개국을 순방 중인 아베 총리는 14일 리투아니아의 카우나스를 찾아 스기하라 지우네(杉原千畝) 전 리투아니아 주재 일본 영사대리의 기념관을 방문했다. 스기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7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일본 외무성의 훈령을 어기고 폴란드 출신 유대인 6000여 명에게 일본 경유 비자를 발급해 이들이 국외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1941∼1944년 나치 독일의 지배하에 있었던 리투아니아에서는 20만 명이 넘는 유대인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된다.
아베 총리는 기념관 방문 후 기자들에게 “세계에서 스기하라 씨의 용기 있고 인도적인 행동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서는 “(위안부 합의는) 1mm도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사죄 편지를 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힌 그가 같은 2차대전 전범국인 나치 독일의 만행을 기억하는 기념관에서 이중적인 행보를 펼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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