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만 쏟아낸 남북… 평창 이후는 알수없는 ‘불안한 악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9일 03시 00분


[내주부터 남북 평창 교류]‘北 평창 참가’ 합의에도 우려 시선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 선수들이 단일팀을 구성하는 여자아이스하키 외에도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알파인 스키, 크로스컨트리 등 총 4개 종목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실내외 경기 모두에 북측 선수의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평창 흥행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1차적으로 평창 참석을 위한 큰 틀에 합의한 만큼, 이제 정부가 남북 대화 및 비핵화 논의 등 ‘평창 이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어찌 됐든 시작된 ‘평창 타임’

마식령스키장
마식령스키장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1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4자 회의(20일)를 위해 스위스 로잔으로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남북 실무자들이 (17일) 회담에서 북한 선수들의 참가 종목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미 알려진 피겨스케이팅 페어와 여자아이스하키에 외에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에도 선수를 파견하겠다는 것. 이 위원장은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들의 수도 남북 간에 합의했지만 공개할 순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올림픽의 초청 주체는 IOC이고, 남북 간 합의는 IOC의 기준에 따르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8일 서울 노원구 광운대에서 열린 한 특강에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엔트리에 북한 선수 5, 6명이 추가로 참여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평창에 오는 북한 선수가 10명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아이스하키 외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는 1, 2명씩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1964년 인스브루크 올림픽에 크로스컨트리 선수 4명,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는 알파인 스키 2명, 크로스컨트리 4명을 출전시켰다.

남북이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공동 입장을 비롯해 금강산 문화행사,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 등을 추진키로 하면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교류시점은 확 당겨지게 됐다. 당장 다음 주에 우리 측 선발대가 금강산과 마식령스키장 등 북측 땅을 밟는다. 그야말로 남북의 ‘평창 타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복원 시점을 놓고 남북이 논란을 빚은 서해지구 군 통신선도 17일부터 기술 정비를 마치고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남북 합의에 따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평창에 응원단 170명을 보낼 예정이다. 외교부는 총련 응원단의 입국을 돕기 위해 무국적자도 여행증명서를 쉽게 발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요즘 날씨만큼이나 냉랭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7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남한 선수단은 태극기를, 북한 선수단은 인공기를 각각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9.4%였다. 반면 ‘남북 선수단이 모두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은 40.5%에 그쳤다.

○ 이벤트는 이제 그만, ‘평창 너머’ 준비해야

정부가 개막도 하기 전에 북한 땅에서 문화 행사를 여는 등 남북 교류를 대폭 확대하려는 것은 향후 대북 협상의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판단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복원해야 결국 ‘제대로 된’ 남북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일단 평창 참가를 매듭지은 만큼 남북 간의 본격적인 주도권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지적한다. 어렵게 마련한 ‘평창 모멘텀’을 지속하기 위해선 마식령스키장 훈련, 금강산 행사와 같은 일회성 남북 이벤트를 넘어서는 중장기 전략 모색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패럴림픽이 끝나갈 즈음 우리가 미국을 설득해서 대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을 북한에 강조하고 핵 문제에 대해 전향적 입장이 안 나오면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라도 ‘평양 올림픽 아니냐’는 지적을 낳을 만한 이벤트는 더 만들지 않거나 최소화하면서 평창 이후 남북 대화, 더 나아가 북-미 간의 대화 모드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향후 군사회담 등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미국 등 주변국들의 불안감도 덜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양종구 기자
#평창올림픽#이벤트#북한#남북대화#남북 단일팀#선수단#파견#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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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추천 많은 댓글

  • 2018-01-19 06:46:18

    평창 올림픽 개막 전날 평양에서는 '군사퍼레이드'를 벌리고 다음 날은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조총련까지 몰고 평창으로 내려와 올림픽 판을 핵무기완성의 기쁨을 온 세계에 알리는 저희들 잔치판으로 이용하려는데 우리 정부는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하니 기막힌 일이다.

  • 2018-01-19 06:46:14

    마식령 공동연습과 금강산전야제 우리정부가 먼저 제의했다고? 북한이 먼저 했겠지 북한이 제의한걸 숨겨도 죽일넘의 문재인!! 먼저 제의했어도 죽일넘의 문재인!! 이래저래 빼도박도 못하는 역사의 죄인 문재인!! 훗날 반드시 처벌해야한다!!!

  • 2018-01-19 06:19:53

    올림픽이 출전하고싶으면 출전할수있는 행사라는게 더 놀라울뿐이다 이런 무원칙 불공정 불평등한 특혜를 또 깡패국가한테 바치다니 문재인은 전세계의 적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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