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에 질문 쏟아지자… 국정원 “불편해하신다” 가로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03시 00분


[南에 온 北 평창공연 점검단]北점검단 서울 거쳐 강릉서 1박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강릉아트센터를 둘러본 뒤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강릉역에서 손을 들어 답례를 했던 현 단장은 남측 인사들에게 “강릉 사람들이 따뜻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사진공동취재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강릉아트센터를 둘러본 뒤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강릉역에서 손을 들어 답례를 했던 현 단장은 남측 인사들에게 “강릉 사람들이 따뜻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전 10시 26분 서울역 정문에 도착한 버스 문이 열리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내렸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교류의 첫 발걸음을 보려는 군중으로 역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송월은 겹겹으로 에워싼 경찰의 경호를 받고 취재진과 시민들의 관심 속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KTX 4번 탑승구까지 최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한 덕에 점검단의 외부 노출은 길어야 3분이었다.

○ 국정원, 취재진에 “질문 자꾸 하지 말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의 방남은 이날 오전 9시 2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한 순간부터 요란했다. 대형 버스 2대에 나눠 탄 점검단은 순찰차 4대, 사이드카 8대 등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역으로 떠났다. 도심 일대 등 현송월 일행이 지나가는 곳곳의 교통이 통제됐다. 서울역엔 점검단이 도착하기 10분 전부터 의경 720명이 일대를 통제했다. 평소 역 안팎에 있던 노숙인들도 경찰의 지도 아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 후보위원 현송월을 둘러싼 국가정보원의 근접 경호도 철통같았다. 방남 소감을 재차 묻는 취재진에 국정원 관계자는 “(현송월이)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말라” “(질문은 정부와) 협의된 바 없다”며 거칠게 가로막았다.

현송월이 공연장이 있는 강원 강릉으로 이동하던 중 KTX산천 내 화장실 시설을 보고 놀라워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한 통일부 여성 직원이 현송월에게 “화장실 시설이 좋다”고 귀띔했는데 현송월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송월 단장이 이용한 KTX산천 화장실은 동일한 기종의 다른 열차들과 마찬가지로 양변기와 세면대, 휴지통 등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 현송월 “서울보다 강릉 남자가 친절”

정오를 넘겨 강릉역에 도착한 현송월 일행은 역에 있던 시민들이 “환영한다”면서 소리를 지르자 손을 들어 답례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가 하루 중 유일하게 남측 주민들에게 보인 반응이었다. 점검단은 점심식사를 위해 경포 해변에 자리한 씨마크호텔로 이동했다. 8인실에서 남측 인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현송월은 우리 측 인사들에게 ‘강릉 사람들이 따뜻한 것 같다’ ‘시민들이 많이 나와 환영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점검단의 본격 일정은 공연장 후보로 오른 황영조체육관과 강릉아트센터 점검부터였다. 황영조체육관은 7분 정도 둘러봤다. 우리 측 인사가 “(북한에서 올림픽 참가에 대해) 1년 전에 연락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갑자기 연락을 주는 바람에 새로 (체육관에 적절한 시설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자 현송월은 “여기에 (체육관을) 새로 지었으면 좋았을걸. 그러게 말입네다”라고 화답했다.

그 대신 476억 원을 들여 만든 강릉아트센터에서는 2시간 반가량 머물며 큰 관심을 보여 이곳에서 공연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 등 몇 곡을 틀어 음향을 확인했고 998석의 사임당홀과 단체분장실, 의상실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조명과 음향시설을 평소 악단이 쓰던 것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이탈리아, 미국의 브랜드인 ‘클레이파키’와 ‘마이어 사운드’다.

현송월은 아트센터 관계자가 커피를 권했더니 “(믹스커피처럼) 섞은 것 말고 아메리카노 커피로 달라”고 했다고 한다. 현송월은 의자에 앉을 때 치마가 무릎 위로 올라와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다리를 꼰 채 환담에 응했다. 그러면서 “서울보다 강릉 남자가 친절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송월 등 점검단의 동선마다 시민, 경호병력, 수행단, 취재진이 뒤섞였던 현장은 오후 6시 20분경 숙소인 강릉 스카이베이호텔에 도착해서야 일단 마무리됐다. 외신까지 몰려들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현송월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보인 것 외에는 그 어떤 질문에도 공개적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강릉=공동취재단·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 신나리·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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