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시절 법원행정처, 원세훈 항소심 전후 靑과 연락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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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22일 15시 50분


사진=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의 문의를 받고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2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공개한 추가조사 보고서를 통해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사건과 관련, 청와대 등 각계 동향 파악을 한 문건이 있다고 밝혔다.

이 문건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기획1심의관 컴퓨터의 2014년 폴더에서 발견됐다. 작성 시기는 원 전 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의 항소심 선고일 다음날인 2015년 2월10일이다.

추가조사위는 해당 문건에 대해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에 걸쳐 청와대와 정치권, 언론, 법원 내외부 동향과 반응을 파악해 정리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해당 문건에는 원 전 원장의 항소심이 ‘청와대의 최대 관심 현안’이라며 “선고 전 ‘항소기각’을 기대하면서 (청와대가) 법무비서관실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전망을 문의했다”고 적혀 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으며, 재판결과에 관해서는 “1심과 달리 결과 예측이 어려우며, 행정처도 불안해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청와대 민정라인을 통해 이뤄졌다고 문건은 설명했다.

판결 선고 이후에 대한 동향 보고에서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이에 법원행정처 측은 “법무비서관을 통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자세히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법무비서관은 법원행정처 입장을 BH(청와대) 내부에 잘 전달하기로 했다. 향후 내부 동향을 신속히 알려주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기재됐다.

추가조사위는 해당 문건에 대해 “판결 선고 전 외부기관의 문의에 따라 담당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거나 파악하여 알려주려 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고 후에는 외부기관의 희망에 대해 사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는 내용과 함께 외부기관의 동향을 파악하려고 한 내용이 담겼다”며 “이는 사법행정권이 재판에 관여하거나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고,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가 인정 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 받았다.

반면 2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함께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증거능력 인정 여부 문제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은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재상고해 현재 대법원에서 5번째 재판이 진행 중이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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