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가격 인상 불가피성 강조
“물가상승 부정적으로 볼 필요 없어… 가격 억누르는 방식 조사 안해”
“최저임금 인상은 결국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도 가격 인상을 받아들여야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본보 인터뷰를 통해 “올해 이뤄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제품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생활물가 인상을 우려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물건 가격을 올리는 기업을 단속하는 상황에서 공정위원장이 현실적으로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나선 셈이다.
경제학자 출신인 김 위원장은 최근 한국 경제를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경기가 꺾이고 있는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진단했다. 정부는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1.9%)보다 0.2%포인트 떨어진 1.7%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채 2%가 되지 않는 디플레 상황”이라며 “물가가 오르는 것을 예전처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경제활동을 자극하고 소득주도 성장을 배가할 수 있는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최저임금 상승 이후 당국이 여러 차례 물가 단속에 나서는 것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생활 물가를 ‘바구니 물가’라고 해서 고정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며 “궁극적으로 적정한 수준의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도 가격 인상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 단속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초기 치킨업체의 불공정거래 조사를 나갔는데 거기에 맞춰 치킨업체가 가격 인상 방침을 철회하는 바람에 오해를 산 측면이 있다”며 “가격을 억누르는 방식의 담합 조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정위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BBQ와 교촌치킨 등 주요 치킨업체들은 지난해 5, 6월 제품 가격을 최대 2000원 올렸지만 공정위의 불공정거래 조사가 이뤄지자 가격을 원상 복귀시킨 바 있다. 치킨업계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본 업계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기업인, 소상공인 등) 이해 관계자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분담해야 궁극적으로 모두가 이익을 보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