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초 금강산 합동 문화공연을 위해 북한에 경유를 미리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측 전력사정이 좋지 않아 공연장용 발전기를 돌릴 경유가 필요하다는 것.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독자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 판단이지만 주변국들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와 보다 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통일부 관계자는 “21일부터 우리 선발대가 금강산 문화회관 등 공연 후보지를 둘러본 결과 전력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며 “현대아산이 과거 금강산 관광이나 이산가족 상봉 때 사용했던 발전기를 돌려야 하고 이 때문에 우리가 직접 경유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과거 이산가족 상봉 때처럼 탱크로리에 경유를 담아 육로로 이송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있을 때 (경유) 5만 L를 보내 금강산호텔 난방용으로 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번 합동 문화행사에 참가하는 남측 방문단 약 300명은 무박 일정으로 다녀온다. 이 때문에 공연장에만 전력과 난방을 공급하는 데는 경유 1만 L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마지막 이산가족 행사가 열린 뒤 정유제품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엄격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휘발유, 경유 등 정유제품의 대북 공급량을 연간 50만 배럴(약 7945만 L)로 제한했다. 우리가 이번에 북한에 경유를 들이더라도 연초인 만큼 제한량을 넘지는 않을 듯하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명한 ‘북한·러시아·이란 패키지법’은 유엔 안보리 제재와 별개로 대북 정유제품 이전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미국 기업의 대북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라서 이번 ‘금강산 경유’와는 딱히 상관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석유 및 정유제품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북 제재의 상징인 만큼 정부가 주변국과 미리 협의해 논란의 불씨를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문화회관에 경유를 보내더라도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것이고, 설령 남더라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 제재 논란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이 12일 남은 상황에서 남북 간 교류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31일 강원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공동훈련이 진행되고, 다음 달 1일 북측 선수단이 내려온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올림픽 개막 전날인 다음 달 8일 건군절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이고 올림픽을 겨냥해 갑자기 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열병식은) 평창 올림픽과는 무관하며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다. 이를 연결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해 일각에선 “너무 북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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