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은 31일 한병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전달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겨울올림픽 행사 초청장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이 전 대통령 사무실로 찾아간 한 수석이 초청장을 전달하며 “문 대통령이 정중히 예우를 갖춰 찾아뵙고 이 전 대통령 내외분을 초청하라고 했다”고 하자 이렇게 밝힌 것. 이 전 대통령은 공개 면담에선 “대한민국이 화합하고, 국격을 높일 좋은 기회이니 이번 정부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야 한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한 수석이 문 대통령의 초청장을 건네자 “초청장이 왔으니 봐야지”라며 잠시 열어보곤 금세 초청장을 다시 봉투에 집어넣었다.
이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여러 이야기’는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불편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검찰의 특수활동비 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밝혔고 문 대통령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맞대응해 전현직 대통령 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솟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 과정에서 보수층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행사 참가를 유도해 통합 효과를 부각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참모는 “검찰 수사는 그대로 진행하면서 올림픽에 나와 달라고 하니 순수성이 의심된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초청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모가 “야당에서 ‘쇼 한다’고 비판할 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하셨는데 정치적 상황 때문에 초청을 못 하면 되겠느냐”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한 수석은 이 전 대통령과 20여 분간의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이 전 대통령이 참석하겠다고 확답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이 정부가 잘됐으면 좋겠다. 잘 통합하고 화합하고 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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