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 대신 김영남… 北, 美도 부담없는 인사 고른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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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위급 대표단장에 김영남]김영남 여러차례 해외정상과 회담
北핵-미사일 개발과 관련없어… 국제사회 제재대상에도 안올라
北, 美와 접촉 이끌어낼 의지 내비쳐… 文대통령과 靑회동도 성사될듯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7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참가자들과 함께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던 모습. 앞줄 왼쪽부터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실선 안), 김정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7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참가자들과 함께 김일성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던 모습. 앞줄 왼쪽부터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실선 안), 김정은,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이 개막 나흘 앞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에 파견할 고위급 대표단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남북, 북-미 간 평창 외교전의 라인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북한은 4일 오후 11시 40분경 예고 없이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통지문을 보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김 위원장을 단장으로 단원 3명, 지원인원 18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파견한다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헌법상 북한 행정부의 수반으로 이미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에 여러 차례 등장한 인물이다. 미국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대표단장으로 평창에 파견하기로 한 가운데 북한도 상징적인 인물인 김 위원장을 파견하면서 격(格)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맡으며 김정은 체제의 실세로 떠오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에 비해 여러 차례 국제사회와의 대화 테이블에 나섰던 김 위원장이 미국 입장에서도 대화 상대로 부담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13년 방북한 게리 프루잇 AP통신 사장과 만나 “김정은 위원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책적 목표는 경제 성장”이라며 “이는 미국이 평양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을 포기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이 없어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상에 오른 적이 없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펜스 부통령이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방한하는 것”이라며 대화 국면 전환에 제동을 걸었지만 김 위원장과는 어떤 식으로든 접촉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날 갑자기 김영남 대표 카드를 꺼낸 것은 평창 올림픽 기간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의 접촉을 이끌어 내 평창 모멘텀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도 평창 올림픽이 중요한 기회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이번 기회를 흘려보내면 평창 이후 전개될 상황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펜스 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날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김영남을, 그것도 평창 올림픽 개막 전에 이렇게 공표한 전술적 배경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펜스 부통령이 올림픽 기간 김영남을 만날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김영남이 온다면 펜스 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과도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북한이 급을 맞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정은이 ‘2인자’ 최룡해에게 과도하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김영남을 앞세웠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룡해에게 너무 많은 직함이 몰려, 이번엔 김영남을 내세웠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남과 함께 올 가능성이 있는) 최휘나 태종수 등 김정은의 실세로 알려진 사람들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측근의 방남을 기대했던 청와대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청와대 회동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반 참가국과는 다른 측면이 있는 만큼 누가 (대표단장으로) 오든 만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영남이 와서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면 우리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서는 게 급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김정은의 의중을 담고 왔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이번 방남 하이라이트는 청와대 예방이 될 것이고 여기서 상호 관심사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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