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는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및 북-미 간 대화 모드를 조성하려 노력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북 강경 방침을 계속 강조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제한적 대북 선제공격)’ 전략 논란까지 불거졌다. 미국과 중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본보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한반도 상황 진단은 이렇게 집약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위험하고, 김정은 정권은 무모하며, 문재인 정부는 나이브(순진)하다.’ 》
“핵·미사일 개발 등 그들(북한)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것이다.”
중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장은 1일 오후 베이징대 원장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의도’에 대해 묻자 이렇게 즉답했다. 그는 “(남북 올림픽 대화를 통해 평화를 조성해보겠다는) 한국 정부의 생각은 좋다. 문제는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느냐’이다. (한국 정부가) 좀 더 현실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 원장은 지난해 9월부터 확산된 북핵 문제 관련 중국 학계 논쟁의 중심에 있다. 이달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공산당 정책 결정에 의견을 제공하는 최고 정책 자문회의) 상무위원에 재선돼 그의 위상은 재확인됐다. 자 원장은 “남북 대화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의 대(對)북한 무력 사용 가능성이 비교적 크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한국은 평창 올림픽 이후 북한 문제에 대해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해야 하며 중국과도 이를 논의해야 한다”며 “중국과 미국은 이미 (한반도) 컨틴전시플랜을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대화를 어떻게 보나.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북한이 핵무기 포기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이 논의할 수 있는 게 매우 적다. 북핵 문제에서 실질적 진전을 얻기 어렵다. 북한은 지금까지 어떤 형태의 핵무기 포기 의사도, 비핵화 협상 의사도 밝힌 적이 없다. 이러면 미국은 북한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동결 선언을 하면….
“동결을 선언한 뒤 검증이 가능하다면 미국은 대화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을 매우 불신한다. 북한이 검증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선언만으로는 소용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 화해 노력이 비현실적이라는 얘기인가.
“대화를 통해 북한의 태도가 좀 좋아지고, 분위기를 완화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나는 미국이 평창 이후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준비를 잘해야 한다.”
―빅터 차의 주한 미대사 낙마가 미국의 북한 공격 가능성을 보여주나.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실험 등으로 도발하면 (미국은) 정말 무력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대화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은 무력 공격을 통한 해결 가능성보다는 낮다.”
―그럼 한국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컨틴전시플랜 준비를 잘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 간 불필요한 군사 충돌을 막고 최대한 빨리 북한 내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중한(한중) 양국 간 컨틴전시플랜 논의가 필요하다. 질서 회복을 유엔군이 할지 한국군이 할지, 중국군이 어떤 역할을 할지, 난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
―그 외 다른 준비는….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5개국이 컨틴전시플랜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위기 이후 북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새로운 정부를 만들지, 유엔 주도로 보통선거를 치를 것인지 등을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이 밖에도 많은 문제를 논의해야 하고 이를 위한 다른 대화들이 열려야 한다.”
자 원장은 “미중은 1.5트랙(정부도 참여하는 민간 대화 채널) 등을 통해 이미 컨틴전시플랜 논의를 시작했다. 앞으로 누가 북한의 핵무기를 통제할지, 핵무기의 어떤 부분을 통제할지 등에서 중미 간 분담 문제에 대해 논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 오판과 불필요한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논의를 충분히 해놓아야 한다. 위기가 출현한 뒤 대화하면 그때는 너무 늦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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