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는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및 북-미 간 대화 모드를 조성하려 노력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북 강경 방침을 계속 강조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제한적 대북 선제공격)’ 전략 논란까지 불거졌다. 미국과 중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와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본보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한반도 상황 진단은 이렇게 집약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위험하고, 김정은 정권은 무모하며, 문재인 정부는 나이브(순진)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기껏 1년 북한을 상대해보고 어떻게 벌써 ‘코피 터뜨리기’ 같은 무력 옵션을 얘기할 수 있느냐. 트럼프 외교는 지금 질주하는 폭탄기관차 같다. 저러다 어디선가 폭발하게 될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로 재직하며 대북정책을 총괄했던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대사 내정 철회 사태와 관련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사전 e메일 인터뷰와 전화(3일) 인터뷰에서 “무모한 대북 군사공격으로 인해 남한과 주한미군이 입게 될 ‘컬래터럴 대미지’(collateral damage·연관적 피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관심을 가지겠냐”며 큰 우려를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평창 올림픽 계기 남북 및 북-미 대화 모드 조성 노력’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미국에 없다. 오히려 북한이 남한의 대화 의지를 한미 관계를 갈라놓는 데 이용할까 봐 걱정이다”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코피 터뜨리기’ 전략 때문에 북-미 관계는 파국으로 가는 것인가.
“대북 협상 파트너로서의 내 경험을 얘기하겠다. 지금만큼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가 필요한 적이 없다. 트럼프는 북한과 협상은 ‘지는(losing) 협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대북 협상에 매우 소극적이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미국의 (북한) 체제 인정과 체제 유지에 대한 확약이다. 이건 무력으로 될 일이 아니다. 누군가 트럼프를 설득해야 한다.” ―‘코피 터뜨리기’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
“코피 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 ‘제한타격(limited strike)’ ‘외과타격(surgical strike)’ 등 조금씩 이름만 다를 뿐, 역대 어느 미국 행정부에서도 (비슷한) 무력사용 전략을 수립해 왔다. 다만 다른 행정부는 인명피해 등 비극적 결과를 수반할 코피 전략을 뒤로 밀어놓고 다시 쳐다보지 않았던 반면 트럼프 정부는 최전면에 배치해 사용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빅터 차의 낙마를 어떻게 생각하나.
“안타깝다. 트럼프 백악관의 파워 줄다리기에서 밀려난 것 같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북관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빅터 차를 2, 3차례 백악관에 불러 정책 조언을 들었다. 만남을 끝내고 돌아가는 빅터 차를 보고 내 귀에 대고 “nice and well-grounded guy(훌륭하고 지식이 풍부하다)”고 칭찬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지금 한국은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화해 모드다.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이 성공한 것인가.
“미안하지만 냉정한 평가를 내리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이 북핵 문제에 실질적인 돌파구를 만들어준다면 미국 정부든 학계든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나.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미국에 없다.”
―한국 정부의 어떤 점을 우려하느냐.
“북한 행동의 실제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나은 행동을 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북한에 양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에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할 소지가 있는 ‘선물’을 주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차기 주한 미대사로 추천할 만한 인물이 있나.
“한국 정부는 빅터 차 낙마 사실을 일찍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에 항의할 자격이 있다. 미국에 ‘차기 미대사를 빨리 결정해 달라’고 압력을 넣어야 한다. 차기 대사에 대해선 희망보다 가능성을 말해야 하지 않겠나.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사이인 존 볼턴 전 유엔 미대사가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대북 초강경파인 볼턴이 미대사가 된다면…. (그 이후 상황은) 각자 알아서 생각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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