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규모 줄였지만… 美사정권 ‘화성 14,15형’으로 무력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9일 03시 00분


[평양에선 열병식]괌 타격 가능 화성 12형도 공개
SLBM-신형 미사일은 등장 안해… 행사시간 작년보다 1시간가량 단축
김정은 “존엄 0.001mm도 침해못해”… 조선중앙TV,‘리설주 여사’ 호칭

북한 건군절 70주년을 맞아 8일 오전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사진 왼쪽)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사진 오른쪽)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들이 김일성광장을 가로지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건군절 70주년을 맞아 8일 오전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사진 왼쪽)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사진 오른쪽)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들이 김일성광장을 가로지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을 벌였다. 작년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열병식보다 참가 무기가 줄었고, 전체 일정과 규모도 축소됐지만 화성 계열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전력들이 어김없이 동원됐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력 완성 선포’에 대한 내부 과시와 ‘올림픽 참가와 비핵화는 별개’라는 대외적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 화성-15형 신형 ICBM 등 탄도미사일 등장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주석단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며 경례를 받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주석단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며 경례를 받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 조선중앙TV로 녹화 중계된 이날 열병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ICBM을 비롯한 탄도미사일 전력의 참가 규모였다.

북한은 지난해 태양절 열병식 때 10여 기의 ICBM급 미사일을 동원했다. 그 가운데 3종류는 처음으로 공개된 신형 기종이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극성)과 이를 개량한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북극성-2형)을 포함해 수십 기 이상의 전략무기가 총출동했다. 미사일을 실은 초대형 특장차량과 이동식발사차량(TEL)도 40여 대 이상 참가해 미 본토와 괌, 주일미군 기지에 대한 기습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올해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도 미사일 전력이었다. 지난해 11월 말 처음 발사한 화성-15형 ICBM을 비롯해 화성-14형 ICBM급, 화성-12형 IRBM 등이 등장했다. 화성-15형의 최대 사거리는 1만3000∼1만5000km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미 워싱턴 뉴욕을 타격할 수 있다.

화성-15형 3, 4기는 9축짜리 TEL(한쪽 바퀴가 9개, 양쪽 18개)에 실려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발사 때 사용한 것과 같은 TEL로 보인다. 화성-12형과 화성-14형도 TEL에 실려 4, 5기씩 줄지어 선보였다. 화성-12형은 괌 앤더슨 기지, 화성-14형은 미 서부지역을 각각 사정권에 두고 있다. KN 계열의 단거리미사일과 240·300mm 방사포(다연장로켓), 전차와 장갑차, 지대공미사일 부대도 동원됐다. 수호이(SU-25) 전투기의 축하비행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1만3000여 명의 병력과 수만 명의 민간인, 차량 200여 대 등이 참가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 평창 올림픽 의식해 ‘수위 조절’ 했나

이날 공개된 ICBM과 ICBM급 규모는 지난해 태양절 열병식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사 곳곳에서 ‘수위 조절’을 한 정황이 감지된다.

우선 기습타격의 대명사인 SLBM이 등장하지 않았고, 신형 SLBM(북극성-3형) 등 신형 미사일도 포착되지 않았다. 전체 미사일 참가 규모도 작년 태양절 열병식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김정은 지시로 날짜가 변경된 건군절의 첫 열병식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예상보다 행사가 조촐히 치러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그간 발사한 중장거리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의 남북 해빙 무드를 고려해 신형 미사일의 전격 공개와 같은 ‘깜짝 쇼’를 자제했다는 것. 한마디로 성의를 보였다는 얘기다.

전체 일정도 지난해보다 단축됐다. 이날 열병식은 오전 11시 반부터 약 1시간 30∼40여 분(한국 시간)가량 진행됐다. 작년 열병식(오전 10시 5분∼낮 12시 56분)보다 1시간가량 단축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식전행사 등 전체적인 내용 구성이 (작년보다) 축소됐다. ‘내부행사’라는 이미지를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정은 육성연설, 리설주도 사열

김정은은 열병식 기념연설에서 “침략자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0.001mm도 침해하거나 희롱하려 들지 못하게 하여야 하겠다”며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보검으로서의 인민군대의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은색 중절모와 코트 차림의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리무진 차량에서 내려 명예위병대를 사열한 뒤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지금까지 ‘동지’로 호칭됐던 리설주는 이날 조선중앙TV에서 ‘여사’로 불렸다. 그의 좌우에는 최근 해임된 황병서 후임으로 군 총정치국장에 기용된 김정각과 리명수 인민군 총참모장이 자리했다. 평창 올림픽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원으로 9일 한국을 방문하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대표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도 주석단에 모습을 보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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