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뇌물죄에 대한 최순실 씨(62·구속 기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 2심 재판부의 판단과 큰 틀에서 일치했다. 두 재판부 모두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을 뇌물이 아니라고 봤고,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 지원 일부만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두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과 최 씨의 뇌물수수,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서 핵심 연결고리인 ‘대가’라고 특검이 주장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도, 묵시적으로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청탁을 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 “이재용-박근혜 부정 청탁 없었다”
최 씨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범행 성립 여부와 관련하여 중대한 의미를 가지므로 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도 뚜렷하고 명확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 대한 지원 요구와 대가관계 등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최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삼성의 16억2800만 원 후원을 최 씨가 받은 뇌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받은 게 아니라서 ‘제3자 뇌물죄’가 적용돼야 하는데 그 전제가 되는 구체적인 부정 청탁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5일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승계 작업을 매개로 승마, 영재센터, 재단 지원을 한다는 묵시적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로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최 씨의 1심 재판부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2) 독일 승마훈련 지원을 위해 삼성이 제공한 36억여 원의 용역대금과 말 3필의 구매대금, 보험료 등을 뇌물로 봤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청탁이 필요 없는 ‘단순 뇌물죄’를 적용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뇌물을 받기로 공모한 것으로 봐야 하고, 삼성의 기업활동이 대통령의 광범위한 권한에 의해 대통령 직무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최 씨 모녀가 지원을 받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용역대금 36억여 원 및 말과 차량 사용 이익을 뇌물로 봤다. 반면 최 씨 1심 재판부는 말의 소유권이 실질적으로 최 씨에게 있는 것으로 판단해 ‘용역대금 36억여 원+말 3필 및 보험료 36억여 원’(72억여 원)과 차량 4대 사용 이익을 뇌물로 봤다.또 최 씨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 2심 재판부가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9·구속 기소) 업무수첩의 간접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 “박 전 대통령 1심 최순실보다 중형 예상”
최 씨 1심 재판부는 특검이 최 씨에게 적용한 18개의 혐의 중 11개 혐의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의 공모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부여된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 씨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 안팎에서는 3월 중 예정된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에서 중형이 내려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책무와 지위를 감안하면 박 전 대통령이 최 씨보다 더 무거운 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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