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4시 21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세윤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5기)가 실형을 선고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은 당황한 듯 눈을 빠르게 깜빡거렸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손도 떨렸다. 김 부장판사가 “법정 구속 절차를 진행하겠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라고 물어보자 신 회장은 굳은 얼굴로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재판이 끝난 뒤 신 회장은 법정 경위를 따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재판부가 신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롯데가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의 실소유인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출연한 70억 원을 면세점 특허와 관련된 ‘뇌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2015∼2016년 당시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롯데그룹에 대한 지배권 강화를 꾀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호텔롯데의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호텔롯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서울 송파구의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이 절실했던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에게 묵시적 청탁과 함께 70억 원을 K스포츠재단에 건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의 뇌물공여 범행은 정당한 경쟁을 통해 국가로부터 사업 인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기업에 허탈감을 주는 행위”라며 “뇌물 범죄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뇌물을 공여했다는 점을 특별감경 요소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