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특별감사를 요구한 국민청원과 관련, 청와대가 20일 “판사를 파면할 권한은 없다”는 답을 내놨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소셜라이브 ‘11시 50분 청와대입니다’에 김선 행정관과 출연, ‘정형식 판사에 대해 이 판결과 그동안 판결에 대한 특별감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지난 5일 시작된 이 청원은 사흘 만인 8일 동의 20만 건을 돌파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 글이 한 달 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 참모나 부처 장관이 답변하게 돼 있다.
이번 청원의 답변자로 나선 정 비서관은 “청와대에 재판에 관여하거나 판사를 징계할 권한은 없다”면서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소개했다.
정 비서관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돼 있는 헌법 103조를 언급하며 “법관이 재판 내용으로 인사 상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면 외부 압력에 취약해지고 사법부 독립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106조 1항도 소개했다.
정 비서관은 “법관의 파면이 가능하려면 직무 집행에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정돼도 국회에서 탄핵 소추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 판사에 대한 감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행정관이 ‘모든 공무원에 대한 특별 감사권한을 지닌 감사원의 감사가 가능하지 않으냐’고 묻자 ‘국회나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은 감찰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감사원법 조항을 들어 이 역시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청와대는 사법부의 독립성이 강하게 보장되더라도 이번 국민청원에서 나타난 국민의 여론에는 사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비서관은 “사법부 비판이 사법부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는 얘기가 있으나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감시와 비판에 성역은 없는 만큼 국민은 사법부도 비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악의적 인신공격이 아니라면 국민의 비판을 새겨듣는 것이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 모두의 책무라 할 수 있다”며 “청원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이 가볍지 않은 만큼 모든 국가권력기관이 그 뜻을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국민청원이 삼권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내용이라는 점과 관련, 정 비서관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에 따라 국민청원을 시작했는데 청와대가 해결사는 아니다”라며 “정부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국민의 뜻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소통하는 게 책무인 만큼 어려운 질문에도 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금까지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답변한 청원은 ‘소년법 개정 처벌 강화’, ‘낙태죄 폐지’, ‘주취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권역외상센터 지원’,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개정’, ‘가상화폐 규제 반대’를 포함해 이번 사안까지 총 8건이다.
답변 대기 중인 청원은 ‘나경원 의원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 파면’,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 강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사고 처벌 강화’,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국회의원 급여 최저시급 책정’, 네이버 댓글조작 의혹 조사’, ‘김보름·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 및 빙상연맹 엄중 처벌’ 등 8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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